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53> 창정로켓 발사 ‘세계 최다’…우주정거장서 화성탐사까지 커지는 ‘우주몽’

■50주년 맞은 中 우주개발

'양탄일성' 완성…작년 27차례로 2년째 발사국 1위

달 탐사 '창어' 시작으로 톈궁·톈원까지 영역 넓혀

올해 40번 이상 발사 계획…신형로켓 현재 1승1패

실용 목적보다 공산당 선전 수단으로 활용 한계도

중국의 운반로켓 창정5B호가 지난 5월5일 하이난성 원창우주발사센터에서 첫 시험발사되고 있다. 저궤도에 25톤까지 실어나를 수 있는 능력을 지녀 중국이 유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설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신화연합뉴스




# 지난 2015년 개봉한 미국 영화 ‘마션’에는 중국의 대형로켓 발사 장면이 나온다.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을 구출하기 위해 마련한 보급선을 실은 미국 로켓이 발사 도중 폭발하자 중국이 자국 로켓을 빌려준다. 이는 중국 로켓 기술이 미국에 버금간다는 상징처럼 묘사됐다. 영화에서 중국 당국자는 로켓에 대해 “기밀”이라고 말하는데 전문가들은 그 모습이 실제 중국이 개발 중인 ‘창정9호’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우주 관련 영화에서 러시아는 사라지고 중국이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단순히 중국 자본을 유치하려는 의도는 아닌 듯하다. 어쨌든 중국 로켓 기술을 미국도 인정한다는 이야기다.

# 중국은 5월5일 기존 창정5호 로켓의 개량형인 창정5B호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발사 성공에 일제히 환호했다.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갔던 차세대 유인우주선이 귀환한 8일까지 특집은 이어졌다. 시험발사라 우주선에 사람이 타고 있지는 않았다. 이번 발사 성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됐던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중국 매체의 과잉반응은 앞서 3월 다른 신형로켓인 창정7A호가 실패했을 때와 비교됐다. 창정7A호가 발사 직후 공중폭발한 사실은 관영 신화통신에서 ‘비행 중 이상이 생겨 발사 임무가 실패했다’는 한 줄짜리 단신으로 처리됐을 뿐이다.

중국이 창정 로켓 발사로 우주개발을 시작한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중국은 연간 로켓 발사에서 세계 최다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올해 우주정거장까지 추진하며 우주개발 최강자라는 ‘우주몽’을 꾸고 있다.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GPS) 구축과 달 뒷면 탐사가 이뤄졌고 이에 더해 우주정거장·화성탐사 추진 등으로 우주 영토를 넓히고 있다. 다만 권위주의 정부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우주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CASC)에 따르면 중국은 지금부터 50년 전인 1970년 4월24일 창정1호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러시아·미국·프랑스·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 우주클럽 가입이었다. 특히 아수라장이었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기에 이룬 일이라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처음 시도한 것은 핵무장이었다. 1964년 원자탄에 이어 1967년 수소폭탄 개발에도 성공했다. 핵탄두를 보유했다면 다음 단계는 이를 멀리 보낼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갖는 것이다. 처음에는 소련에서 미사일 기술을 도입했지만 이후 독자개발로 나아갔다.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 시리즈가 성공했다.

중국이 1970년 첫 발사한 로켓 ‘창정1호’ 모습. /서울경제DB


이 중 둥펑4호를 개량한 것이 창정1호다. 1970년 중국은 여기에 둥팡훙 인공위성을 실어 우주로 쏘아올리는 데 성공한다. 중국에서는 로켓 발사 성공을 원자폭탄·수소폭탄과 함께 ‘양탄일성(兩彈一星)’으로 선전했다. 로켓은 일반적으로 아랫부분의 ‘운반로켓’과 윗부분의 ‘비행체’로 구분된다. 윗부분에 폭탄을 실으면 미사일, 위성을 실으면 우주로켓이다. 중국은 운반로켓에 ‘창정(長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숫자는 세대가 다른 것이고 숫자 뒤에 붙는 알파벳은 개량형임을 의미한다.

중국의 로켓 기술 개발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초기에는 미국과 소련의 견제로 해외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본격적인 도전은 1990년대 경제개발이 활발해지고 자금 사정이 나아지면서 시작됐다. 첫 로켓 창정1호는 겨우 300㎏을 실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에서 본격적인 로켓 시대로 들어가는 창정2호는 1979년에 개발됐다. 창정2호는 당초 지구 저궤도에 2톤을 실을 수 있었는데 개량을 거듭해 창정2F호의 경우 8톤까지 탑재 중량을 늘렸다. 이 창정2F호가 유인우주선 ‘선저우’와 함께 우주정거장 ‘톈궁’ 실험용을 우주궤도에 올린 작품이다.

중국의 로켓 기술은 해가 갈수록 발전했다. 곧이어 창정3호가 나왔는데 현재 중국의 운반로켓 주력품이다. 달 탐사선 ‘창어’는 창정3호에 실려 발사됐다. 창정3B호는 중국판 GPS인 ‘베이더우’ 발사에 사용되는 로켓이기도 하다.

유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탑재 가능 중량을 대폭 늘린 창정5호는 2016년에 처음 발사됐다. 기본형인 창정5호는 고도가 보다 높은 정지궤도에 14톤을 올려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에 대해 5월5일 발사에 성공한 창정5B호는 저궤도 맞춤형으로 25톤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지구 저궤도에서 운용되는 우주정거장 건설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외에 중국은 창정6호과 창정7호도 잇따라 선보였다. 다만 3월 창정7호의 개량형인 창정7A호 로켓이 첫 시험발사 도중 공중에서 폭발해 체면을 구겼다. 당초 창정7A호는 올해 안에 화성탐사선 ‘톈원’을 보내는 데 사용하려 했지만 이 일로 일단 화상탐사 계획이 다소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창정 시리즈 ‘8’과 ‘9’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창정9호는 저궤도까지 140톤을 올릴 수 있는 초특대형이다. 다만 너무 커 실용화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특이한 것은 창정11호다. 700㎏ 탑재가 가능한 소형으로 지난해 6월 황해의 바다 위 발사대에서 발사에 성공했다. 해상발사는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번째다.



물론 우주개발에서 로켓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인공위성이나 유인우주선, 달·화성탐사선을 운반하는 도구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로켓이 없으면 당연히 ‘비행체’도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즉 로켓 기술이 우주개발의 핵심인 셈이다.

미국·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며 우주개발이 주춤해진 가운데 중국만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러시아가 1998년부터 운영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오는 2024년이면 수명을 다하게 돼 결국 중국이 독주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창정5B호 로켓 발사 성공으로 독자 유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은 로켓 개발에는 정부의 일관된 지원정책이 주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유리했다. 처음에는 소련, 이후에는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관계에서 중국은 탄도미사일 개발과 이를 발전시킨 우주로켓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대약진운동이나 문혁 등으로 중국 경제와 사회는 엉망이 됐지만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됐다. 사실 민주주의 정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개혁개방 이후에도 로켓 개발은 계속된다. 수요를 발굴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요처가 중국판 위성항법인 베이더우 위성이다. 중국은 위성항법 시장 관련 국내의 방대한 수요와 함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국가에 공급한다는 목적에서 창정 로켓을 지속적으로 발사할 명분을 찾았다. 200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54개의 베이더우 위성이 창정3호 시리즈에 실려 우주궤도에 안착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위성항법 시장 규모는 3,450억위안(약 59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 대비 14.4% 증가한 수치다.

중국은 지난해 모두 27차례 로켓 발사에 성공해 총 66개의 비행체를 우주에 올렸다. 2년 연속 로켓 발사국 1위다. CASC는 1월 “올해 신형로켓을 포함해 40차례 이상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올해 창정7A호·창정5B호·창정8호 등 3개의 신형로켓이 발사될 예정이었는데 현재까지는 1승(창정5B호) 1패(창정7A호)다.

다만 중국의 로켓 사업에 한계가 없을 수는 없다. 우주개발이 실용적 목적보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선전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 탐사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고 자랑했지만 효용성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위성항법 시장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3.9%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도 자금 사정으로 포기한 우주정거장은 물론 조만간 진행될 화상탐사도 ‘돈자랑’이 될 확률이 높다. 특히 올 1·4분기 중국 경제가 반세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우주사업을 마냥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중국식 우주몽이 기로에 선 셈이다.

지난해 1월 창어4호의 달 뒷면 착륙과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들도 못한 것을 중국인이 해냈다”는 마카오대 교수의 발언과 함께 “정부가 달 뒷면뿐 아니라 중국 사회의 뒷면도 봤으면 한다”는 베이징 시민의 푸념도 전한 바 있다.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