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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 연 공립미술관 '소장품 열전'

국립현대 서울관 첫 '소장품展'

고희동 '자화상' 등 문화재 선봬

BTS 리더 RM도 다녀가 입소문

서울시립미술관 '모두의 소장품'

韓현대미술 주제 작품으로 눈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1전시실에서 개막한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 전시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의 본색과 저력은 수집하는 소장품에서 드러난다. 어떤 작품을 소장하느냐가 곧 미술관의 정체성과 직결되며, 그 대표 소장품을 보기 위해 관람객이 찾아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했다 72일 만에 문 연 대형 공립미술관들이 야심차게 기획한 소장품 전시를 공개했다.

고희동 1915년작 ‘자화상’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김환기 1938년작 ‘론도’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코로나19에 대응한 온라인 전시 강화로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제1전시실에서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 전을 개막했다. 소장품 상설전은 그간 과천관에서만 열렸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의 ‘자화상’으로 시작한다.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추상화로 꼽히는 김환기의 초기작 ‘론도’, 인상주의 화풍을 한국적으로 토착화 한 오지호의 ‘남향집’까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작품이 한 벽에 3점이나 걸렸다. 구본웅이 친구 이상을 그린 ‘친구의 초상’, 이중섭이 월남할 당시 갖고 내려온 ‘세 사람’ 등 귀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류경채의 1949년작 ‘폐림지근방’은 제1회 국전(國展)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나 소실됐다 찢어진 채 되찾는 바람에 작가가 캔버스를 이어 붙여 덧칠한 사연을 품고 있다. 박수근의 1960년작 ‘할아버지와 손자’는 미술관이 지난 1971년에 구입할 때 가격이 100만원이었으나 50년이 지난 지금은 보험가액만 100억원에 이른다. 당시 미술관의 연간 소장품 구입 예산이 800만원이었다고 하니 그때도 큰 돈이었지만 가치 상승이 엄청나다. 유영국의 1957년과 1968년작 ‘작품’ 2점이 나란히 걸렸는데, 개관 다음 날 미술관을 찾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특히 긴 시간 감상한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오지호 1939년작 ‘남향집’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유영국의 ‘작품’ 전시 전경.


박수근의 1960년작 ‘할아버지와 손자’


전시는 △개항에서 해방까지 △정체성의 모색 △세계와 함께 △다원화와 글로벌리즘 등 4부로 구성돼 근대기를 시작으로 1950년대 이후 앵포르멜 회화·조각 작품·단색화·실험미술·민중미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작품을 고루 선보였다. 설치작품인 서도호의 ‘바닥’은 바닥에 깔린 상태로 전시중이라 놓치고 지나치기 쉽다. 한국에서 자라 미국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영국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익숙했던 곳에서 낯선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몸을 낮춰 ‘바닥’을 들여다보면 키 8㎝가 채 안되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가로 4m, 세로 4m의 유리판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인종과 성별을 초월한 익명의 대중들이 혼자는 미약하나 전체가 이루는 힘이 위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외국인도 서울에 들르면 꼭 봐야 할 한국미술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모으고자 마련한 전시”라며 “전체 소장품 8,500여 점 가운데 54점을 추려 20세기 한국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도호 ‘바닥’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바닥’의 세부. /조상인기자


서도호 ‘바닥’ 세부 모습. /조상인기자


◇서울시립미술관 ‘모두의 소장품’=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달 16일 ‘모두의 소장품’이라는 제목으로 서소문 본관 전관에서 소장품 전시를 개막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전시장을 열지 못한 채 온라인과 SNS 등으로만 관객을 만났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소장품 전시가 근대기를 시작으로 20세기 한국미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서울시립미술관은 그 바톤을 이어받아 21세기 최근 한국 현대미술의 경향을 펄떡이는 싱싱함으로 보여주고 있다. 총 49명 작가의 작품 131점이 선보였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두의 소장품’ 전시 전경.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이수경 2008년작 ‘이동식 사원’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정문을 열고 들어가 처음 마주치는 1층부터 심상치 않다. 두 명 이상으로 이뤄진 ‘콜렉티브’ 작가 8팀의 작품들은 영상과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본주의와 세계화 속에서 발생하는 이주·노동·소외·재난 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2층은 이곳 미술관 소장품의 24%를 구성하는 여성작가 작품 중에서도 동서고금의 예술과 역사를 소재 삼은 것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보여준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붙인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로 유명한 이수경의 ‘이동식사원’은 고려 불화를 근간으로 돌아앉은 부처의 뒷모습을 6폭 병풍으로 그린 것으로, 버려진 것에 새로운 생명력과 가치를 부여하는 작가의 기지가 번뜩인다. 강서경·고산금·신미경·양혜규·정은영 등 국제적 활동도 왕성한 작가들이 눈길을 끈다. 3층은 영상 28점을 엄선해 영화관처럼 시간 단위로 상영하는 ‘미디어 씨어터’와 자연을 주제로 한 소장품들의 ‘그린 라이브러리’로 나뉜다. 김주현의 ‘생명의 다리-9개의 기둥’은 한강에 나무 다리를 놓아 사람과 동물들이 자유롭게 오가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을 담아 건축가와 함께 설계한 다리로, 전시장에는 다리의 시작 부분이 놓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을 확장해 나무 막대들 사이에 화분을 놓고 식물을 심어 사람과 동식물, 햇빛·강·바람의 어우러짐을 추구했다.

김아영의 2014년작 영상작품 ‘PH익스프레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김주현 2007년작 ‘생명의 다리-9개의 기둥’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는 ‘모두의 건축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다. 국보 제1호 숭례문, 보물 제1310호 나주 불회사 대웅전 등 전통건축부터 김중업의 삼일빌딩, 김수근의 경동교회 같은 현대건축에서 선별된 실물 건축재료와 모형 등을 최초로 전시한 자리다. 건축을 어떻게 미술관 소장품으로 수집하는지 생소한 터라 더 흥미롭다. 서울시립미술관은 1985년부터 수집을 시작해 소장품 총 5,173점을 보유하고 있다. 6월14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김주현의 2007년작 ‘생명의 다리-9개의 기둥’(왼쪽) 등 ‘모두의 소장품’ 전시 전경.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강서경의 ‘검은유랑’ 전시 전경.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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