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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 '코로나 책임공방' 전운 감도는 미중...한반도에 드리우는 먹구름

코로나책임론 격화 속 미중갈등 재현조짐

북중, 전략적 협력으로 포스트코로나 대비

재선 우선 순위 트럼프 상황 시분 활용관측

中 개입시 文, 평화프로세스 구상 험로예고

미중갈등 파고 대비할 국가전략 마련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연합뉴스




미중 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책임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친서 외교를 재개하며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 위원장이 구두 친서에서 “총서기 동지가 중국당과 인민을 영도하여 전대미문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확고히 승기를 잡고 전반적 국면을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관리해나가고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면서 축하하시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친서 외교를 3개월 만에 재개해 미국의 코로나 19 중국 책임론을 정면 반박한 시점이 묘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 파기까지 시사하며 코로나 19 사태의 책임을 시 주석으로 돌린 데 대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미중 간 경제전쟁이 재발발한 상황과 북중 친서 외교 시기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무역협정을 지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중국의 약속 이행 여부를 1~2주 안에 보고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1차 무역협상 합의안을 지키지 않을 경우, 무역협상 합의안을 깰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공세에 중국도 ‘디지털 위안화 굴기’를 통해 반격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통해 디지털 화폐 테스트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국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체제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인들의 기대와 달리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관계는 협력의 시대보다는 신(新) 냉전 시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친서 외교를 보낸 것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19로 인한 국경봉쇄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 한 데 따른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북중 경협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북한대사관 정문 바로 옆의 대형 게시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 회담을 한 사진과 더불어 그해 6월 시진핑 주석의 북한 답방 사진이 걸려있다./베이징=연합뉴스


지난 1월 26일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북한대사관 정문 바로 옆의 대형 게시판에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 회담을 한 사진과 더불어 시 주석의 북한 답방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 게시판에는 원래 지난해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시 주석의 사진 대신 김 위원장이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난 사진과 자력갱생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교체돼 있었습니다. 북한이 1년 만에 자력갱생이 아닌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우호 관계를 과시한 것은 방역 물품 등 중국의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실제 교도통신은 중국 정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1∼2월 북한에서 수입한 상품 금액이 1,070만달러(약 13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1.9% 감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통신은 1∼2월 중국의 대북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23.2% 줄어든 1억9,740만달러라며 이는 북한이 일용품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신호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도 중국과의 밀착은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최근 코로나 19 발병설을 둘러싼 미중간의 논쟁에 간접적으로 중국에 힘을 실어주고, 나아가 조만간 코로나 회복국면이 되면 양국간의 정치 경제 외교 등 다방면의 협력을 재개하자는 메세지도 담겨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시 주석 역시 코로나 19 책임론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무역협정 폐기까지 시사한 만큼 미국과의 추후협상에 앞서 대북카드는 활용 가치가 충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워싱턴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장기전 태세에 돌입하며 대미 강경 기조를 이어가자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을 통해 김 위원장의 대화 복귀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올해 1월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휴전상태에 들어갔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뜬금없이 “우리(미중)는 북한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시 주석의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이며 비핵화 협상의 배우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선을 최우선 순위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추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막기 위해 김 위원장을 달래는 중입니다.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돌 때 트럼프 대통령의 보기 드문 ‘침묵’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미국과의 향후 무역협상 등을 고려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대단한 존경을 갖고 있다며 “이(북미 비핵화 협상)는 아주 아주 아름다운 체스게임이거나 포커게임”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미중 무역협상과 동시에 대북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외교적 난제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만큼 북미 비핵화 협상은 북미 당사자만의 문제로 풀기 어려운 협상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15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남북협력 사업에 박차를 가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도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 되면 양측의 최전선에 위치한 한국은 또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 수밖에 없는 탓입니다. 오랜 동맹인 미국을 지지할 경우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시 주석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문 대통령이 친중 노선을 택할 경우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불명확한 입장은 한국의 안보환경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곧 닥쳐올 파고에 대비한 치밀한 외교 전략에 대한 국가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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