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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김종인은 왜 통합당 비대위를 거부했나

전국위 의결에도 본인이 “추대 아냐”

상임전국위가 비대위원 의결할 권한

상임전국위 추대 없이는 잡음 불가피

부딪힐 땐 쇄신 시작부터 내분 가능성

통합당 새 원내대표에 방향 맡기기로

8일 새 원내대표 ‘쇄신 VS 자강’ 결론

지난 24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토론회’에서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생각에 잠겨있다./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사실상 당 대표의 권한을 주는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택했다. 4·15 총선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가장 큰 패배를 했다는 통합당이 쇄신을 위해 ‘중도·경제통·킹 메이커’의 브랜드를 가진 김 전 위원장에게 당의 재건을 맡긴 셈이다. 당 안팎의 중진들이 “왜 외부 인사에게 당을 맡기느냐”는 원색적인 비판에도 지난 2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의결했다. 그런데 김 전 위원장이 돌연 이를 거부했다. 왜일까.

전국위는 '시한부 비대위'를 의결
자중지란 끝에 323명의 전국위원이 모여 ‘김종인 비대위’를 의결한 지난 28일 오후. 김 전 위원장측은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을 통합당에 보내왔다. “안 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28일 밤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김 전 위원장의 자택을 찾았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다.

그의 마음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치권은 4개월 밖에 안되는 비대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통합당의 당헌에는 올해 8월 31일 전당대회를 열도록 명시돼있다. 당 대표의 권한을 가지는 비대위원장직을 맡아도 이를 고치지 않는 한 8월 전권을 내려놔야 한다. 전국위에 앞서 열린 상임전국위에서는 김종인 비대위가 8월 31일에 열어 당 대표를 뽑기로 한 당헌의 예외가 되는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않아 일단 김종인 비대위는 4달 한시 조직이 됐다. 이에 전국위가 김종인 비대위를 의결하자마자 바로 거절의 뜻을 밝힌 것이다.

본심은 '상임전국위'의 항복




통합당 관계자는 하지만 “더 문제는 4개월 한시조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국위에서 의결한 비대위를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해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바로 상임전국위다. 비대위가 설립되면 최고위원회는 해체하고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비대위원은 최고위원의 권한을 각각 가지게 된다. 통합당의 당헌은 비대위원장은 전국위가, 비대위원은 상임전국위가 의결하게 되어있다. 즉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28일 수락했다면 통합당의 지도부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현재 최고위원회가 공존하는 체제가 된다.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을 임명하면 최고위는 해체한다.

단, 당헌 제96조에 따르면 비대위원은 상임전국위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지난 28일 상임전국위는 당 안팎의 반발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8월 31일로 한정된 김종인 비대위의 기한을 풀지 못했다. 즉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해도 비대위원을 임명하려면 상임전국위라는 장애물을 또 넘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매끄러운 당 쇄신은 불가능하다. 또 비대위원장인 본인이 직접 상임전국위를 열어 당헌을 개정하고 비대위 기한을 푸는 ‘셀프 임기 연장’도 해야 한다. 여러 가지로 모양이 안 좋다. 관계자는 “비대위원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상임전국위와 부딪히면 당 쇄신은 초반부터 내홍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상임전국위원장은 친박계로 알려진 4선 중진 정우택 의원이다.



새 원내대표, 자강 VS 쇄신 갈림길
통합당 최고위는 29일께까지 상임전국위를 다시 열어 비대위의 임기 제한을 푸는 당헌 개정을 다시 하려고 했다. 8일 원내대표 경선 전인 6일 개최일까지 거론됐다. 상임전국위는 월 2회 정기회의 외에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 요구, 최고위가 의결할 때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4개월 비대위’ 제한을 풀면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을 의결하는 상임위도 김종인 비대위를 추인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최고위가 다시 소집한 상임전국위에서 또 당헌 개정에 실패하면 후폭풍은 피할 수 없다. 김종인 비대위는 사실상 끝난다. 결국 심재철 원내대표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 당의 진로는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결정하실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는 통합당의 중심인 ‘영남권 중진 후퇴’와 ‘수도권 중도 표심 잡기’로 쇄신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253석 가운데 84석에서 승리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이 가운데 56석(부산 15·대구 11·울산 5·경북 13·경남 12)이 소위 텃밭 영남권이다. 서울 49곳 가운데 8석, 경기 51석 가운데 7석, 인천 11석 가운데 1석에 그쳐 중도층이 상당한 수도권에서 참패했다. 당내에서는 과거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을 빗대어 통합당이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회의실이 텅 비어 있다./권욱기자 2020.4.21


새 원내대표 후보는 5선이 되는 조경태·주호영 의원, 4선에 성공한 권영세·김기현·이명수 의원 및 당선인, 3선이 되는 김태흠·유의동·조해진 의원 및 당선인 등이 거론된다.

원내대표 후보 가운데 주호영·유의동 의원과 권영세 당선인은 김종인 비대위를 통해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1년 안팎 기간을 맡아 당 재건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조경태·이명수·김태흠 의원과 조해진 당선인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다. 외부인인 김 내정자에게 당 혁신을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개혁하자는 것이다. 이는 당헌 규정대로 8월 31일 전까지 전당대회를 개최,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해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실 분들에게 다들 제1공약으로 ‘김종인 비대위 찬성과 반대’를 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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