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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금융]항공업 회복 2~3년 걸린다는데...대한항공·아시아나를 어찌할꼬

델타항공 바스티안 CEO "항공업 회복 2~3년 걸릴 수도"

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무기한 연기

대한항공 1.2조 지원에도 하반기 5.5조 갚아야...업황 회복 안 되면 추가지원 불가피

금융권 "정부, 사태 장기화 대비 전략적 자금 지원 계획 세워야"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항공기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 외신에서 흥미로운 언급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 델타 항공 최고경영자(CEO) 에드 바스티안이 직원들에게 했다는 말입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22일(현지시간) 바스티안 CEO가 직원들에게 “항공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회복하는데 2~3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한국은 확진자 수가 크게 줄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입니다. 또 코로나19로 서양에서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동양인에 대한 혐오는 동양에서 서양으로의 비행 수요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당장 ‘코로나가 잠잠해져도 유럽에서의 동양인 인종차별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올해 유럽 여행 계획을 취소하려고 한다’는 우리 국민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항공사 비용이 줄어들어서 긍정적이지만 아무리 기름값이 떨어져도 비행기를 타고자 하는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겠죠.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의 옥외 간판. /연합뉴스


◇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깊어지는 고민=문제는 우리 항공사입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을 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HDC현산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을 하루 앞둔 29일 ‘취득 일정을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부터 10일이 경과한 다음날 혹은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HDC현산은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2조 5,000억원을 써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 항공사의 시장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에 1조 7,000억원을 마이너스통장 형식(한도대출)으로 긴급지원했는데, 아시아나 입장에서는 ‘동아줄’ 같은 것이지만 모기업이 될 HDC현산에게는 갚아야 할 빚입니다. 지난해 아시아나가 지원 받은 1조 6,000억원의 빚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멈춰서 있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계약 엎으면 산은 부담↑=물론 항공업이 ‘V’자로 반등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HDC현산이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고 통크게 ‘딜 클로징(거래 종료)’을 할 수 있겠지만, 앞서 바스티안 CEO의 말처럼 당장 항공 수요가 회복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HDC현산이 거래를 취소하면 계약금 2,500억원을 날리게 됩니다. 다만 이 돈을 온전히 잃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적이 있는데 9년간의 법정 소송 끝에 3,150억원의 계약금 중 절반이 넘는 1,951억원을 돌려받았습니다. 다만 인수를 포기한다면 정부가 포함돼 있는 딜에서 발을 빼게 되는 것으로 향후 ‘평판 리스크’는 감수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산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HDC현산이 계약금을 물고서라도 인수를 포기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 새로운 인수가자 나타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업황이 안좋을 동안 계속해서 자금을 지원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서 HDC현산의 인수조건 변경 요청을 산은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천국제공항에 양대 항공사의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1.2조 수혈받았지만...하반기 5.5조 갚아야=대한항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은과 수은은 최근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운영자금 2,000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 인수, 영구채 3,000억원(지분 10.8%) 인수 등으로 구성됩니다. 또 오는 6월 말 만기 도래하는 2,100억원 규모 회사채의 차환을 지원하고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신속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합하면 총 1조 6,100억원 규모입니다.

대한항공의 5~6월 회사채·은행 차입·금융 리스·이자·ABS(자산유동화증권)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빚은 약 8,800억원이고, 매달 4,000억원의 고정비가 들어가 5~6월 1조 ,6700억원 가량이 필요합니다. 이번 지원액으로 상반기는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상환해야 할 채무는 3조 1,600억원이고 6개월간 고정비로 2조 4,000억원이 필요합니다. 합하면 5조 5,600억원입니다.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1조원의 유상증자를 한다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물론 항공업이 정상화하고 대한항공이 정상영업을 재개하면 되겠지만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사태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전략적인 자금 지원 계획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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