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의 3차 공습이 EPL을 강타한다. BBC와 가디언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뉴캐슬 구단주인 마이크 애슐리 스포츠다이렉트 회장은 최근 3억파운드(약 4,570억원)에 구단을 매각하는 데 합의했다. 지분 80%의 최대 주주가 될 새 주인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이며 인수 절차는 이르면 이달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사우디 등 중동 자본은 최근 국제유가 폭락세 속에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 마르카에 따르면 사우디 PIF의 등장으로 현재 EPL 부자 구단주 1·2위인 만수르와 아브라모비치는 2·3위로 밀려나게 된다. 사우디 PIF의 자산 규모는 무려 3,200억파운드(약 487조원)로 만수르의 13배를 훌쩍 넘는다. 사우디 PIF의 운용 총괄은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35) 사우디 왕세자다. 지난해 6월 방한해 83억달러의 경제협력 보따리를 풀고 간 글로벌 투자 큰손으로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실세이기도 하다. 야시르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이 뉴캐슬의 새 회장을 맡는다. 뉴캐슬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아람코를 등에 업는 셈이다. 지난해 1~9월 아람코는 미국 애플의 거의 두 배인 680억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아브라모비치의 ‘로만 제국’, 만수르의 ‘만수르 시티’처럼 뉴캐슬은 ‘아람코 캐슬’이라는 새 수식어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아람코의 뉴캐슬이 새 선수단 구성에만 2억파운드를 투자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벌써 영입 후보군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야심 차게 영입한 브라질 공격수 조엘링턴이 올 시즌 리그 1골에 그친 터라 최우선 순위는 ‘빅 네임’ 스트라이커 보강이다. ESPN에 따르면 사우디 PIF 측은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 드리스 메르턴스(나폴리)의 에이전트와 이미 접촉했고 첼시의 윌리안도 노리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앙투안 그리즈만,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2위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 또한 영입 후보로 거론된다. 벤피카에서 플레이메이커 라파 실바를 데려오고 토트넘 임대 이적생인 왼쪽 수비수 대니 로즈를 완전 이적시킬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전설’ 앨런 시어러 시절의 영광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부푼 희망이 팬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 뉴캐슬은 해결사 시어러를 앞세워 1996~1997년 연속 준우승했다. 1994~1995 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시어러는 EPL 통산 최다득점(260골) 기록보유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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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리그 13위에 머물고 있는 뉴캐슬은 과거 첼시와 맨시티가 보여준 폭풍 성장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등장 이후 1년10개월 만에, 맨시티는 만수르 체제가 들어선 지 3년8개월 만에 각각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포브스는 “새로워질 뉴캐슬은 영리한 투자만 이뤄진다면 올 시즌 울버햄프턴(6위)이나 셰필드(7위)의 성공처럼 엘리트팀들과의 거리를 확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우디 PIF는 이미 지난 몇 주간 화상회의를 통해 차기 감독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사령탑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이 1순위 후보다.
한편 사우디 내 인권 문제와 ‘앙숙’ 카타르의 반대 등 몇몇 논란에 대해 영국 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부 장관은 23일 “인권 문제에 눈감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번 건은 사우디 PIF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EPL에서 충분히 검토해 판단을 내릴 사안”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반정부 언론인 살해사건의 배후로 지목받는 가운데 중동 지역 EPL 중계권을 가진 카타르 측은 사우디 PIF의 뉴캐슬 인수에 반기를 든 상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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