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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코로나發 경기침체 이미 시작됐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2주에 걸쳐 접수되는 실업수당청구 건수는 50만 건 정도다. 하지만 지난 2주간의 청구 건수는 거의 1,000만 건에 달했다. 미국이 믿기 힘든 경제적 재앙에 직면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 같은 재앙에 제대로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급격히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늑장대응 했듯, 그것이 초래한 경제 재난에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지금의 경기침체가 기존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의학적인 용어를 빌어 설명하자면 미국 경제는 지금 인위적 혼수 상태에 빠져있다. 중증환자의 일부 뇌 기능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 불필요한 추가 손상과 에너지 소모를 차단함으로써 환자에게 기력을 회복할 기회를 주는 것과 유사한 조치를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제에 취한 셈이다. 이는 경제정책의 주된 목적이 경기 부양이 아니라 고용과 국내총생산(GDP) 유지에 있음을 의미한다. 일시적으로 소득을 잃은 미국인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생명보조 장치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2조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긴급지원과 구제 및 경제안보를 위한 법’(CARES Act)은 상당한 경제적 생명보호 수단을 담고 있다. 나쁜 소식도 있다.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실제 지원금을 받기까지 몇 주, 혹은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

. CARES의 백미는 실업수당의 액수를 인상하고 적용대상을 확대한다는 조항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이전보다 늘어난 실업수당을 받고, 지급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프리랜서와 독립계약자들에게도 혜택이 제공된다. 또 중소기업들에 제공되는 대출은 해당 업체가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전액 탕감된다.



둘 다 대단히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실제로 시행이 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실업수당을 살펴보자: 주 정부의 실업수당 담당 부서는 쇄도하는 신청서를 처리하느라 추가 수당에 대한 준비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태다. 문제는 추가수당 지급 준비가 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소득을 잃은 근로 가정은 당장 생계를 꾸려가기 어렵다.

중소기업 대출도 지연되고 있다. 신청자들은 필요한 양식을 작성하지 못하거나 창구 직원에게 최소한 3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기 일쑤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연방 정부는 중소기업들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대신 민간 은행을 통해 신청을 하게 했다. 그러나 일선 은행들은 아직 연방정부의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행정부가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해 비현실적인 자격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빈사 상태에 빠진 미국 경제는 필요한 생명보조 장치를 받을 때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설사 실직 근로자들과 중소업체들이 약속된 지원금을 수령한다 해도, 세수 급감과 경비 폭증으로 기아상태에 빠진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위기를 벗어날 뾰족한 방도가 없다. CARES에 의해 제공되는 지원은 이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실업수당과 중소기업 대출을 지연시키는 병목현상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바마 의료개혁법이 시행될 당시, 관련 웹사이트 서버들이 다운되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오바마 행정부의 태스크포스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문제 해결에 매달렸고 매우 짧은 시간에 해법을 찾아냈다. 그 결과 오바마 의료보험 가입자 수는 기대치를 훌쩍 넘어섰다. 이와 유사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병목현상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문제는 현 행정부의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둘째로, 우리는 CARES Act의 허점들, 그중에서도 특히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부적절한 지원조항을 보완하기 위한 구제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과거에 그랬듯 지금도 거대한 사회기반시설 구축안을 입에 올린다. 하지만 말뿐이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도 분명 좋은 경비부양책이지만 현재로선 막대한 예산 공백에 직면한 주 정부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서 다시 의회가 통과시킨 CARES Act로 돌아가자: 필자는 이 법의 시행과 관련한 문제의 해법이 언젠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매주 6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다급한 상황에서 ‘언젠가’는 충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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