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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안니카 소렌스탐·박인비의 공통점은?

LPGA 칼럼니스트 “우승한 다음 주에도 트로피 받은 적 없는 것처럼 플레이”

“패배 잊는 속도만큼 우승 잊는 속도도 빨라…우즈·소렌스탐 갖춘 기질, 박인비도 지녀”

‘코로나 휴식기’ 맞아 전설 집중조명…“韓 여자골프 대모 바통, 박인비가 이어야 마땅”

박인비. /출처=골프닷컴




유튜브 채널 ‘박인비 인비리버블’ 속 박인비의 샷 장면.


스포츠계의 ‘코로나 브레이크’가 길어지면서 각 종목 전설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최근 칼럼니스트 론 시라크의 글을 통해 투어를 빛낸 대선수를 집중 조명했다. 주인공은 ‘골프여제’ 박인비(KB금융그룹)다.

AP통신·골프월드매거진 등에서 메이저대회만 150회 이상 취재한 시라크는 박인비를 타이거 우즈(미국)·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설로 대우했다. 그는 “남녀 골프의 위대한 챔피언인 우즈와 소렌스탐은 패배를 잊는 속도만큼이나 우승을 잊는 속도도 빠르다. 과거 영예에 만족하는 법이 없고 심지어 우승 뒤 바로 다음 대회도 마치 트로피를 받은 적이 없는 사람처럼 경기한다”며 “모든 대회, 모든 라운드, 모든 샷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대하는 것도 특징인데 우즈와 소렌스탐이 갖춘 이 모든 기질을 박인비도 지녔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이제 만 31세인데도 LPGA 명예의 전당에 일찌감치 올랐고 LPGA 투어 통산 20승으로 역대 공동 2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이저대회 7승으로 줄리 잉크스터(60·미국), 카리 웹(46·호주)과 함께 메이저 최다 우승 공동 7위다. 소렌스탐이 먼저 밟은 메이저 10승 고지도 그리 멀지는 않다. 한국에서 박인비보다 많은 승수를 쌓은 선수는 박세리(25승·은퇴)뿐인데 메이저 승수는 5승의 박세리보다 박인비가 많다.

시라크는 박인비가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쉬운 과정만 밟은 것은 아니었다며 이른바 ‘인비 연대기’를 정리했다. 널리 알려졌듯 박인비는 열살 때 박세리의 1998년 US 여자오픈 우승 장면을 한국에서 TV로 지켜봤다. 박인비는 “박세리 선배님의 우승 모습은 대회가 끝나고도 TV에 매일 나왔다. 연못에 맨발로 들어가 친 해저드 샷이 광고로도 제작될 정도였다”며 “그때 우승 과정을 정말 많이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되뇌곤 했다”고 돌아봤다. 열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박인비는 US 걸스 주니어 대회에서 2002년 우승, 2003·2005년 준우승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할 때는 이미 영어 구사가 유창한 수준이었다. 주니어 시절 동료였던 브리트니 린시컴·폴라 크리머·모건 프레셀(이상 미국)과는 더 친해졌다. 적응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박인비는 TV로 박세리의 US 여자오픈 제패를 목격한 지 10년 만인 2008년에 바로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US 여자오픈 최연소 우승(19세)이었다. 이후 에비앙 마스터스(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까지 4년이 걸렸다. 긴 우승 가뭄을 해갈한 터닝 포인트는 지금의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씨와의 만남이다. 박인비는 “그와 같이 투어를 다니면서부터 성적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스윙과 멘털 등 모든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에비앙 대회를 시작으로 우승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2007년 9월부터 박인비의 골프백을 메고 있는 캐디 브래드 비처(호주)는 “2009년부터 주변 기대가 커지면서 8개 대회를 연속 출전하는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 보이기도 했는데 해결책은 잠시 투어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며 “2009시즌 뒤 일본 퀄리파잉 스쿨을 치르고 이듬해 일본에서 2승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시라크는 “박인비는 LPGA 투어 승수의 35%가 메이저 우승이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따는 등 큰 무대에 유독 강하다. 실제로 ‘특히 메이저 경기를 사랑한다’는 말도 했는데 골프코스에서 그의 제스처를 보면 68타를 쳤는지 78타를 쳤는지 분간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스코어와 관계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강한 멘털이 큰 경기에 강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썼던 2013년에 박인비의 퍼트는 둘 중 하나였다. 쳤다 하면 들어가거나, 거의 들어간 것처럼 홀에 붙거나. 2012~2014시즌 3년 연속 ‘그린 적중 때 퍼트 수’ 1위를 기록했고 2015년은 이 부문 3위였다. 시라크는 “박세리가 갖고 있는 ‘한국 여자골프의 대모’라는 바통은 선수로서나 한 인간으로서나 박인비가 이어받아야 마땅하다”면서 “내 조국과, 여기서 같이 뛰는 동료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꿈꿔왔던 하루를 일상으로 즐기고 있는 셈”이라는 박인비의 말을 소개했다.

2020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지만 박인비는 투어 중단 직전에 호주 여자오픈을 우승했다. 자신이 말한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뜻이다. 이미 거의 모든 것을 이뤘지만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과 박세리의 승수를 따라잡는 목표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시라크는 적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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