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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 국민 29% "남북통일 안해도 된다"... 악화되는 대북 여론

대통령 직속 민주평통 여론조사에서

국민 4명 중 1명은 "통일 불가능"

개혁 전망 뒤집히고 '北=적대' 증가

대북지원은 '美 통한 간접방식' 선호

남측위는 "UN 제재 즉각 중단" 촉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남북관계가 1년 이상 경색되면서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변치 않는 북한의 태도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통일이 필요없다’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수가 1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이 되면 지금보다 잘 살게 될 것’이라거나 ‘남북관계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확연히 줄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도 근본적으로는 이전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신뢰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남북 통일을 막연히 민족의 숙원이으로 여기던 의식에서 벗어나 분단 문제를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3명 “통일 필요없어”... 25%는 “통일 불가능”

대통령 직속 통일자문 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1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69.2%,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28.7%로 집계됐다. 여전히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국민이 많았지만 추세로 보면 의미가 좀 달랐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지난해 1분기 76.2%에서 꾸준히 하락해 1년 만에 처음 70% 아래로 내려갔다.

남북 통일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10년 이내’가 21.2%, ‘20년 이내’는 18.0%로 조사됐다. 특히 ‘아예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지난해 1분기(20.9%)에 비해 3.6%포인트나 늘어난 24.5%에 달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국민 10명 중 3명은 통일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4명 중 1명은 통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발전되고 잘 살 것이라는 견해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59.1%가 ‘공감한다’고 답했고 39.2%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공감한다’는 답변은 최근 1년 새 처음으로 60%를 밑돌았다.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1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도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지난해 1분기 55.3%에서 올 1분기 40.3%로 급감했다. 대신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30.7%에서 47.4%로 대폭 늘어 긍정론을 앞질렀다.

‘북한을 협력·지원 대상으로 본다’는 국민도 1년 전 52.4%에서 44.2%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경계·적대 대상으로 본다’는 응답은 28.9%에서 36.1%로 증가했다. 북한 체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높게 보는 국민은 지난해 동기 58.9%에서 올해 44.0%로 줄어든 반면 가능성을 낮게 보는 국민은 37.6%에서 52.6%로 급증했다.

북한의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훈련. /연합뉴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 경색... 미사일 발사 등도 부정 영향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1년만에 부정적으로 바뀐 건 지난해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은 물론 북미 관계도 경색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잇따른 정상회담으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지난 1년 간 남북관계엔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북측이 대놓고 청와대를 비난하거나 하루가 멀다 하고 발사체를 쏘면서 국내 여론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중 우리나라의 통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나라를 묻는 질문에는 ‘미국’이라고 답변한 경우가 1년 전 61.4%에서 58.8%로 소폭 줄었다. 대신 ‘중국’이라고 답한 경우가 28.5%에서 31.2%로 늘었다. 러시아(2.6%), 일본(1.5%)을 꼽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현재 국내 안보 상황에 대해서는 ‘안정적’이라고 답한 비율(37.7%)도 ‘불안정’(34.5%)이라고 답한 비율을 1년 만에 처음 앞질렀다.



이번 조사는 민주평통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간과 대상은 지난 3월27 ~ 2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민주 평통은 이 같은 여론조사를 매 분기 실시 중이다.

/자료제공=민주평통


북한 코로나 지원은 ‘정부 직접지원’보다 ‘미국 등 통한 간접방식’ 선호

민주평통은 여론조사에서 현안에 관한 질문도 던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선호하는 북한 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지원’을 원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36.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부 차원의 지원’(23.2%), ‘지원하면 안 된다’(22.2%),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14.3%) 순으로 응답했다.

국민 53.4%는 북한과의 보건분야 협력이 향후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봤고 44.2%는 도움이 안 된다고 봤다. 남북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22.4%), ‘코로나 19 대응 등 보건분야 협력’(18.3%), ‘개성공단 및 개별관광 재개’(17.3%),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 지대화’(11.4%),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추진’(9.0%) 순으로 답변했다.

코로나 19와 관련한 북미 정상 간 친서 교환과 향후 북미 협상과의 영향에 대해서는 52.4%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42.6%였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의도는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용’(38.3%)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많았다. ‘내부 결속용’(31.3%), ‘무기체계 고도화를 위한 실험용’(13.2%), ‘통상적 훈련의 일환’(11.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4일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포장하는 북한 사람들을 보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측위는 “미국, 대북제재 즉각 중단하라”

한편 민주평통 조사와 별도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는 지난 3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미국과 UN이 대북제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측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제한적 물품에 대한 제제 면제를 넘어 제재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의 보건과 방역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속에서 미국과 UN의 강도 높은 제재로 인해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 제재 대상국의 관련 물자 수급이 막힌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 협조 의향을 밝히면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한 것을 두고 “제재를 유지한 채 인도적 지원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남측위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대북제재 중단과 남북협력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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