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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과했나.. 순부채만 6.5조원 넘어선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2018년 순현금 3조874억원에서 2019년 순부채 6조5,287억원으로 전환

공격적 투자 지속한 반면 반도체 경기 하락으로 이익 감소

최근 3년간 투자액 10.3조→17조→12.7조

SK하이닉스 “보수적인 투자 집행으로 재무안정성 회복 예정"





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축 우려와 재무 안정성 악화로 보수적 투자 집행에 나선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업계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12%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등 시장에서는 반도체 시장 위축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총 40조원을 투자하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데다 극자외선(EUV) 공정을 활용한 D램 양산을 위한 투자 등 갈 길이 먼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코로나19에 단단히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9,947억원인 반면 차입금은 10조5,235억원에 달해 순현금이 -6조5,287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순현금이 4조3,833억원, 2018년 3조874억원이었다는 점에서 순현금 규모가 전년 대비 10조원 가량 감소한 셈이다. 차입금 중 금융기관 차입금이 129% 증가한 7조4,683억원을, 회사채가 56% 증가한 3조551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대폭 늘었다. 리스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차입금 규모는 11조7,243억원으로 가중평균을 통한 차입 이자율이 2.81%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3,294억원의 이자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직전 연도의 연간 이자부담이 1,568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비용이 2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이 순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유는 지난해 D램 가격 하락 등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반토막 난데다 차입금은 2배 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 하락한 26조9,907억원을, 영업이익은 87% 하락한 2조7,127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7년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D램 가격이 1년새 3분의 1수준으로 폭락한 것이 직격탄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에도 1조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공정 전환 및 시설 확대 등을 위해 차입금을 늘리고 있다. 투자 규모가 2017년 10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2018년 17조원, 2019년 12조7,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출의 3분의 1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꾸준한 자금 확보가 필수다. SK하이닉스의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2017년 34%에서 2018년 42%, 지난해 47%를 기록해 투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매출 구조도 나빠졌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33% 감소한 반면 매출원가는 18조8,252억원으로 전기대비 24% 증가했다. 재료비와 감가상각비가 각각 33%와 30%씩 증가한 것이 매출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장부 금액 기준으로 재고 자산은 직전해 4조4,227억원에서 지난해 5조2,958억원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 사업장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이 100%인 것을 감안하면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형태의 감산 대신 올해 수요 확대를 기대해 재고 쌓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산업이 2018년만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비쳐졌지만 계속되는 자맥질 없이는 침몰할 수 밖에 없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사업 구조임을 SK하이닉스의 재무제표가 잘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D램 시장이 2009년 독일 키몬다, 2012년 일본 엘피다가 각각 파산하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과점 시장 체제가 수년째 지속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재무제표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올해 5G 보급 확대와 서버 업체들의 클라우드 투자 확산으로 영업이익 ‘V자 반등’을 기대했으나 코로나로 ‘U자 반등’ 마저 버거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익 추이가 ‘L자’ 형태의 그래프를 띌 것이란 우려도 내놓는다. 실제 순현금이 마이너스 6조원을 돌파한 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채 시장까지 경색되고 있어 공격적 투자에 나설 여력이 많지 않다. SK하이닉스 측은 “향후 5G 본격화와 자율주행자동차 확산 등으로 인해 증가할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일정 수준의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에 시장 변동성을 재확인한 만큼 보수적인 투자 집행 기조하에 재무안정성 회복에 초점을 맞춰 효율적 투자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2공장


반면 최근 3년간 매년 20조원이 넘는 금액을 반도체 시설 등에 투자한데다 유동자금이 차입금의 6배 규모인 108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충분한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시장 변화에 탄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27조3,456억원), 2018년(23조7,196억원), 2019년(22조5,649억원)을 합쳐 최근 3년간 반도체 부문에만 73조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가격 하락이 공급 과잉에 따른 평균판매가(ASP) 하락 때문이라 판단하고 1x라인의 1y·1z라인 전환 및 DDR5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설비 도입 등으로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메모리 업계는 공정 전환 중심의 투자가 진행돼 전년 대비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는 등 점유율 보다는 이익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기본적으로는 공정전환과 재고활용 등을 통해서 수요 증가에 대응할 예정이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클린룸과 같은 인프라 투자는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며 보수적 투자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전자는 1년 가량이 소요되는 클린룸 건설 등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는 만큼 수요에 따른 반도체 생산량 조절 등도 훨씬 유연하게 대처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상승을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2공장에 약 70억 달러를 투자해 지난달부터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이며 향후 생산량 증대(Ramp-up)를 위해 8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또 올 연말께 평택 2라인을 통해 D램도 추가 양산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데다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들 공장의 가동 및 램프업 시기를 기존 계획 대비 늦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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