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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걸렸지만...韓 불교사 퍼즐 맞춰 뿌듯"

['한국 불교사' 펴낸 정병삼 숙명여대 명예교수]

1,700년 역사 정리한 불교통사

경제·사회 등 시대상황도 다뤄

현대불교는 갈등 탓 위상 흔들

성찰 통해 제역할 찾기 나서야

정병삼 숙명여대 명예교수.




“돌아보니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어느새 정년도 찼더라고요. 워낙 방대한 역사에,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까지 다루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 불교사’를 펴낸 정병삼(사진·66) 숙명여대 명예교수를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만났다. 역사학자이자 불교학자기도 한 그는 한국불교 고승(高僧)들의 사상을 집대성한 ‘한국전통사상총서(2011)’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불교학의 국제화를 위해 만들어진 총서는 영문으로 번역돼 해외 주요대학과 한국학 관련 연구소, 도서관에도 비치돼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국 불교 1,700년사를 정리한 통사(通史)를 들고 나왔다. 한글로 완역된 최초의 불교통사인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1918)’와 김영태의 ‘한국불교사개설(1987)’에 이어 30여년 만에 나온 3번째 책이다. 특정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가 전체 불교사를 다루기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9페이지에 달하는 참고문헌은 한 권 한 권이 방대한 분량의 연구서들이다. 정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30년간 몸담아온 학교생활을 정리하는 과정이자 그동안 머릿 속에 흩어져 있던 한국 불교사란 퍼즐을 끼워 맞추는 과정이었다”고 술회했다.

책은 고구려 고국원왕이 즉위한 시기(331)부터 근대까지 1,700년 한국 불교사 전반을 다루고 있다. 특히, 고승들의 행적부터 사상, 명찰의 해설 뿐만 아니라 각 시대별로 불교와 왕실, 불교의 정치·사회·문화적 역할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총 694페이지로 정리된 이 책이 두껍다고만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백제 무령왕이 승려 겸익을 인도에 보낸 계율학을 배워오도록 했다’든가 ‘신라 법흥왕과 진흥왕이 일시적으로 출가한 사신(捨身)을 행했다’는 흥미로운 기록도 등장한다. ‘불량계(佛糧契)는 승려와 신도가 함께 참여해 사원 유지에 도움이 될 토지를 매입해 기부함으로써 18세기에 사원 유지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는 식으로 당시의 경제적인 상황을 설명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이 때문에 책은 평면적인 종교사를 넘어 불교라는 한국사의 키워드에 천착해 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교수는 “이전의 불교통사는 교학(敎學) 중심으로 쓰여 당시 시대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했다”며 “불교 사상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그 시기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하나의 중심체로서의 불교를 다룬 책을 쓰고 싶었다. 불교적 관점이 아닌 역사적인 관점에서 불교를 바라봤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불자들에게는 “21세기를 사는 내가 왜 수천 년 전 불교 사상을 따르고, 신앙적 믿음을 갖는지를 깨닫는 과정일 수 있다”고 전했다.

책은 일반적으로 한국불교 하면 떠올리는 ‘호국불교’ ‘통불교’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사관을 제시한다. 정 교수는 “실제 불교의 본령은 대중을 교화하고, 개인의 신앙을 이끌어주는 역할이 훨씬 더 많다”며 “전체 불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중 하나가 ‘호국’의 역할인데, 그것만 떼어내서 ‘호국’’을 강조하다 보면 불교가 권력과 연관되어서만 유지되고 이야기되는 문제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장기간 쓰여진 책이지만 최근 학계의 연구 성과들도 꼼꼼히 반영됐다. 조선불교사가 대표적이다. 조선불교사는 ‘억불의 시대’라 불릴 만큼 억압받던 시절로 불교사에서 가장 암울한 시기로 인식돼왔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조선 시대에 가장 많은 불교 서적이 출간됐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정 교수는 “조선시대에 불교서적 수백 종이 간행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변에는 불교에 대한 수요가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신라, 고려 때와 달리 불교가 최고 지배층의 사상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불교문화가 흐르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불교의 문제도 언급했다. 종단 수가 265개에 이를 정도의 다종단 사회를 맞아 잦은 갈등과 분열로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불교는 역사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로써 명맥을 유지해 왔지만, 현대사회에서 불교의 역할은 거의 실종된 상태”라며 “비판적 성찰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불교가 해야 할 역할을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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