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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코로나 이후엔 자연과도 거리두기

맹준호 생활산업부 차장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최근 신종 감염병이 유례없는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1970년대 이후 에볼라·조류인플루엔자·사스·메르스·지카바이러스 등 40종 이상의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다. 1970년대 이후라면 개발도상국에서도 생활환경 변화가 시작된 시기다. 상하수도 실내 배관과 수세식 화장실 등이 확산되면서 위생이 강화됐고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그런데 최근 50년간 신종 감염병이 오히려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뭘까.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초 펴낸 한 보고서(연구단신)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병원체의 자연적 진화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인간과 환경 간 상호작용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범위가 확대되면서 병원체와 인간의 관계도 달라졌다는 뜻이다. 리포트는 ‘인구 증가, 도시화, 여행·교역 증가, 빈부격차, 전쟁, 경제발달과 토지개발에 따른 생태환경의 파괴 등이 이러한 변화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신종 감염병의 60% 이상은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신종 병원체는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60% 이상은 동물 병원체가 사람으로 옮겨온 것인데 이 중 71.8%는 야생동물에서 유래했다.



세계적으로 농어촌 인구가 줄고 인간의 삶이 점점 더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웬 야생동물이냐 싶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의 사회적 영역이 새로운 지리적 공간으로 확장하면서 인간이 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증가했다고 논문은 설명한다. 한마디로 무분별한 자연 파괴가 신종 병원체 접촉의 주된 이유 중 하나라는 뜻이다. 이렇게 사람으로 전이된 병원체는 세계화라는 사회적 변화와 결합해 작게는 대륙, 크게는 세계를 무대로 확산한다.

이 리포트는 지난해 초에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정확히 예견하고 있다. 박쥐의 몸에 살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와 중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는 한국과 이란을 덮쳤고 이제는 유럽 전역과 북미에서 더욱 맹렬한 기세로 퍼져나가고 있다. 각국이 여행제한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세계화를 방향성으로 구축된 현대인의 생활방식을 되돌릴 수는 없다. 코로나19는 앞으로도 한동안 인간의 몸을 타고 세계 곳곳을 이동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개념을 확장해 자연과의 거리두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경제가 급격히 침체되다 보니 이런저런 규제완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최대한 자연환경과 야생동식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미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첫 번째 방법이라는 교훈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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