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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샌더스 후보는 무엇이 문제였나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

사회주의·계급 논의 정면 거론에

美 중산층 등 주류 유권자 거부감

인종적 요소 간과...흑인과 소통 실패

선명성 유지·중도층 공략 균형 잃어

손병권 중앙대 교수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일단 확실한 우세를 점한 형국이다. 지난달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이후 이달 슈퍼화요일과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에 앞서는 연승을 구가한 후 지난 17일 플로리다·일리노이·애리조나 등에서도 승리해 민주당 대선주자로서 자리를 사실상 굳히고 있다. 민주당 유권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1대1로 경합할 경우 ‘사회주의자’ 샌더스의 승리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바이든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생각된다. 바이든은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를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층이 겹쳐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빼앗긴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민주당의 고토를 수복할 수 있는 후보로 평가된다.

경선 시작 당시만 해도 명쾌한 쟁점을 갖고 기득권을 매섭게 공격하던 샌더스는 젊은 세대, 고학력 지지자, 그리고 라티노 유권자를 포함한 당내 진보세력 사이에서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에 아들과 관련된 ‘청탁’ 비슷한 것을 시도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 과정에서 알려지면서 바이든은 상당한 내상을 입었고 그의 선거 캠페인은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그가 흑인의 압도적 지지로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기사회생한 후 선전하면서 경선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바이든의 주도권 확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힘을 보탰을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시작된 흑인의 압도적 지지, 피터 부티지지와 에이미 클로버샤, 그리고 카멀라 해리스 등 민주당 경선 중도 포기 후보들의 연이은 지지 선언 등도 적지 않게 중요한 작용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샌더스 선거 캠페인의 성격과 전략도 바이든의 부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샌더스 진영이 내세운 ‘계급’이 문제였다. 2007년 시작된 경제불황 이후 미국은 상위와 하위 소득계층 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그 정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크다. 2011년 가을에 터져 나왔던 월가 점령운동은 양극화하는 소득격차에 대해 청년들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한 저항운동이었다. 이렇게 소득계층의 격차가 확대되고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선거 캠페인에서 사회주의적 계급대립의 구도로 만들어 유권자에게 호소한다는 전략의 성공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가진 자의 착취와 못 가진 자의 고통을 대조하며 ‘사회주의’와 ‘계급’ 논의가 정면으로 거론되는 것에 미국 중산층과 주류 민주당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보인 것 같다.

샌더스 선거 캠페인의 두 번째 문제는 미국이 소득계층으로만 구분하기에는 매우 다원화된 사회라는 점을 다소 소홀히 본 점이다. 미국은 거대한 연방체제 속에 수많은 인종과 민족이 들어와 함께 살고 있기에 단선적인 계급대립론만으로 선거 캠페인의 동력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사회다. 계급적 요소만큼 다양한 인종적·민족적·지역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샌더스는 이를 다소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민주당 경선의 유권자인 흑인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경선 초반의 동력 유지에 실패했다고 생각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거 캠페인의 핵심은 ‘선명성 유지’와 ‘중도층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몰아가는 쌍끌이 전략에 있다. 샌더스는 이 균형을 잃어버린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만물과 만사에 영향을 끼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는 지금, 미 대선 본선은 물론 민주당 경선에 대한 영향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든의 오프라인 가시성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하고, 반면 디지털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샌더스의 가시성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바이든 대세론이 현재 흔들리거나 쉽게 약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몰고 올 일말의 변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앞으로 경선을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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