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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몬시뇰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은식기를 훔쳐 달아났다가 잡혀 온 자리에서 두 번 놀란다. 한 번은 미리엘 성직자가 “은촛대는 왜 가져가지 않았느냐”며 그를 용서했을 때다. 다른 한 번은 헌병들이 미리엘 성직자를 몬시뇰이라고 불렀을 때다. 장발장은 미리엘 성직자가 시골의 평범한 사제라고 생각했다가 고위직인 몬시뇰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몬시뇰은 프랑스어로 ‘나의 주님’이라는 뜻이다. 원래 왕이나 귀족의 경칭으로 쓰이다가 1309년 교황청이 로마에서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겨간 ‘아비뇽 유수’ 때 천주교 고위직의 호칭으로 정착됐다. 당시 교황을 보필하던 사제들을 특별히 몬시뇰이라고 불렀다. 이후 교황청에 있는 성직자 외에 각 교구를 책임지는 주교들이 몬시뇰 호칭을 받기도 했다. 주교품을 받지 않은 원로 사제 가운데 교황청이 임명하면 몬시뇰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20여명의 몬시뇰이 있다.

몬시뇰은 ‘명예 고위성직자’와 ‘교황의 명예 전속사제’ 등 몇 갈래로 나뉜다. 명예 고위성직자가 더 영예로운 호칭으로 통하는데 복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명예 전속사제를 비롯한 일반 몬시뇰의 복장은 검은색 수단(발까지 내려오는 사제복)에 단추·허리띠·옷깃만 자주색이다. 명예 고위성직자는 주교와 같은 자주색 수단을 입는다. 같은 자주색 수단을 입었더라도 반지와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한 사람은 주교이고 그런 게 없는 사람은 몬시뇰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성직 체계를 간소화하기 위해 몬시뇰 칭호 부여 대상을 최소 65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몬시뇰이라는 호칭이 천주교 내에서 출세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바티칸 ‘산타마르타의 집’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출신 몬시뇰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산타마르타의 집은 교황과 교황청 성직자의 숙소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기간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들이 묵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 몬시뇰은 교황과 자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교황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감염된 몬시뇰이 신심으로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데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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