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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코로나發 경제 충격 4~5월이 고비…기업 필사적으로 살려내야”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

코로나 아니었어도 한국경제 L자형 침체 가능성 높아

방역·교육·원전 문제 등 전문가 말 안 들어 일 키운 것

정권 임기 관계없이 최저임금 등 정책 기조 전환해야

한일 통화스와프 필요…日과 관계복원 기회로 활용을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지난 27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제학계 원로인 정 전 총장은 “오는 4~5월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의 고비가 될 것”이라며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정부의 정책적 대응에 대한 전문가들의 주문도 다양하면서도 강해지고 있다. 경제학계 원로인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현 명예특임교수)의 주문은 그래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정 전 총장은 “오는 4~5월이 경제 충격의 깊이를 가늠할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필사적으로 기업들을 유동성 위기에서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주 52시간 근로제 등 근로시간 제한과 획일적인 최저임금 적용 등의 문제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고언했다. 정 전 총장을 지난 27일 만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파고와 대처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치료제가 나와 어느 시점에 확산이 멈추면 충격이 확 줄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오래가면 경제 시스템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 처음에는 1·4분기, 늦어도 4월이면 전염병이 진정돼 1년 사이클로 봤을 때 경제적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지금은 7~8월까지 코로나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게 지속되면 굉장히 큰 충격이 올 것이다. 길어질수록 생존하지 못하는 경제주체가 많아질 것이다.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항공 산업 위기와 관련해 항공사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100% 지원하겠다고 했다. 정부 조치의 핵심 역시 바이러스 차단 때까지 이들의 생존기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기업의 유동성 문제가 확산되면 도산에 따른 2차 충격이 오지 않을까.

△기업들의 유동성을 판단할 때 대체로 6개월 내외의 여유를 갖고 있으면 안정적이라고 본다. 지금이 3월 말인데 실질적으로 경제적 파장은 2월부터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1·4분기를 넘기면 매우 어려운 기업들이 생길 것이다. 4월까지도 진정세로 접어들지 않으면 5월부터는 유동성이 부족한 업체들은 부도에 직면하고 금융권이 그 부담을 안게 된다. 최근 유가 급락도 코로나19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셰일가스 관련 기업들이 도산 위험에 몰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 일차적으로 고용 감축을 단행하므로 실업도 사회의 큰 문제로 부상할 것이다.

-기업 도산이 현실화하면 세계 성장률 전망도 무의미해지는 것 아닌가.

△지금 전망은 의미가 없다. 도산이 시작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전개된다. 금융위기를 거친 뒤 금융 시스템이 안정돼 있었는데 기업의 유동성 문제가 터지니까 당시와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회사채 매입을 했고 일본은 주식까지 샀다. 이번에도 중앙은행들이 회사채 인수나 주식 매입 등 특단의 대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양적완화에 이은 질적완화인데 각국 정부가 돈을 뿌려서라도 기업을 살리고 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우리 주력 기업들의 유동성도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우리 화폐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외화 유동성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국정의 기본철학이 기업 친화적이어야 한다. 과거 기업 지원에 따른 정경유착 등의 문제가 있어서인지 정부나 정치권이 선뜻 나서지 않는다. 특혜나 적폐라고 문제 삼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지난 정부에서 문제가 생긴 해운 산업도 당연히 지원했어야 했는데 너무 아깝다.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하면 안 된다. 주력 기업들이 버틸 수 있게 정부가 필사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단기 유동성 위기로 기업이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인데.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자동차 3사가 모두 어려웠는데 정부가 지원했다. 정부는 재정·통화정책도 잘 펴야 하지만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조치들을 다 해줘야 한다. 정부가 못하면 아무도 기업을 뒷받침해줄 수 없다. 유동성 위기를 막아주는 조치로 여러 방안이 있다. 회사채 인수 방안은 이미 많이 거론됐고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는 ‘스탠드바이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 창구)’을 개설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도 이를 뒷받침해줄 상시 체제를 갖춰야 한다. 기업이 경영 부진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부실화될 때를 제외하고는 외부요인으로 일시적 위험에 빠질 경우 구제하는 것이 맞다. 기업 부실이 금융으로 번지면 시스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진짜 큰 어려움이 올 것이다.

-외화 유동성을 언급했는데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지만 일본과의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는데.

△일본과도 당연히 통화스와프를 해야 한다. 한일 통화스와프에 따른 효과가 크다. 일본은 엔화의 국제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여건도 좋다. 비상시국에 경제 부문에서라도 숨통을 터줘야 한다. 경제위기를 일본과의 관계 복원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를 보자. 우선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4%대로 낮춘 기관이 늘고 있고, 1·4분기만 보면 마이너스 얘기도 나온다.



△현시점에서 성장률 전망이 큰 의미가 없지만 1·4분기에 중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성장률이 떨어지는 시점에 코로나19 충격까지 겹쳐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 통계를 믿는다는 전제로 얘기하면 중국의 환자가 더 늘지 않고 정상적 경제활동을 곧 시작한다면 중국이 오히려 세계 경제의 침체 국면을 벗어나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제일 희망적인 시나리오다.

-미국이 쏟아내는 경기부양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는가.

△전염병 치료와 경제적 쇼크라는 두 측면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볼 때 치료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언제 치료제가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위기 극복의 탄력성이 가장 큰 곳이 미국이다. 미국은 대처법이 다르다. 최근 연준의 조치에서 보듯 사흘 뒤 예정된 회의를 당겨서 일요일 저녁에 긴급회의를 소집해 시장을 이끈다. 의회도 며칠 만에 2조달러의 구조자금을 합의해 통과시키지 않았는가. 물론 경제가 회복되면 이 자금을 다 사용하지 않겠지만 선제적으로 과감한 조치를 취해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처럼 되지 않는다. 우리는 추가경정예산 등을 편성해 집행하는 데 몇 달 걸린다. 미국은 경직적 측면도 갖고 있으나 위기 때 탄력적으로 대응한다. 이런 저력을 갖고 있어 경제가 최악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악으로 가더라도 빠르게 회복할 것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도 얘기했는데.

△4~5월이 고비겠지만 우리 경제는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L자형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다. 구조적으로 기업 친화적 정책이 없지 않은가. 기업의 투자 동기가 사라지고 있었는데 코로나19까지 터져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자극할 수 있는 정치·문화적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 세금을 비롯해 다른 나라보다 나은 투자 여건을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근로시간을 법적으로 단축한 것은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생산성이 같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아니다.

-정책적 결함이 경기침체를 가져왔다는 뜻인가.

△노동시간 단축을 자본투자나 기술개발로 보완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정책을 펼쳤다. 오랫동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도 1980년대 중반 엔화가 절상돼 ‘잃어버린 20년’이 왔다고 한다. 엔화 절상이 트리거(방아쇠)가 됐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장기침체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는 거의 강제적이어서 일본보다 더 심하다. 내부 문제에다 코로나19 등 외부요인까지 겹쳤다. 과감하게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L자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정책철학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인가.

△우선 최저임금은 산업·지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면 된다. 일방적으로 추진하니까 문제가 발생한다. 근로시간 제한 문제에서도 노사 합의에는 예외를 두고 강제적인 것을 개선해야 한다. 형사처벌은 잘못된 것이다. 탈원전 정책도 바꿔야 한다. 대통령 임기에 관계없이 이번 기회에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경제정책에서는 이미 좋은 해답이 많이 나와 있다.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우선 지속 가능해야 한다. 후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둘째, 시장 친화적이어야 한다. 경제문제의 80~90%는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된다. 10~20%의 어려움 때문에 80~90%까지 직접 해결하려다 부작용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위기대응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전문가 중심으로 책임지고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대통령에 집중돼 위기 때 각 부처에서 제대로 조정되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장 등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중국에서의 입국을 차단하자고 제안하지 않았는가. 방역·원자력·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 일을 키운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고급 전문인력 양성이다. 보편적 교육도 필요하지만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전문인력 육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영기 논설위원 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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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세대 총장을 지내고 지금은 같은 대학 명예특임교수로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금융분과 위원장과 감사원 감사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검찰청 검찰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올 초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갑영의 쉬운 경제 이야기’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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