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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청년농에 임대할 땅 부족...올 농지매입에 5,600억 투자"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대담=손철 경제부 차장 runiron@sedaily.com

비농업인 땅 매입 가능하게 시행령 바꾸고 단가도 현실화 필요

공사법 개정으로 해외사업 길 넓어져...개도국 진출 방안 모색중

낙후된 농어촌 빈집 매입, 귀농·귀촌인 위한 임시 주거공간 제공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지난 24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취임 1년을 맞아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 사장은 “농업은 자연과 동업을 하는 것”이라며 “농어촌공사가 ‘농민 정신’을 받들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농어촌공사




“우리 농촌이 대(代)를 이어줄 후계농 없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청년 농업인 유입이 아주 시급해요. 젊은이들이 오지 않으면 농촌의 미래가 정말 어둡습니다.”

김인식(67·사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지난 24일 취임 1년을 맞아 전남 나주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청년 농업인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청년농이 농촌에 뿌리내리고 농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특히 청년농이 농사지을 땅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우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농민단체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농어촌비서관과 농촌진흥청장을 지냈다. 정권 핵심부와 비정부기구(NGO)를 넘나든 몇 안 되는 농업계 인사다. 4일 취임 1년을 맞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농가 경영주 102만명(2018년 기준) 중 40대 미만 청년은 7,624명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0.7%다. 김 사장은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오는 2025년에는 청년농가 경영주가 4,000명 정도로 줄어든다”며 “청년농 유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5060세대 중장년층의 귀농·귀촌은 그저 ‘자연이 좋아서’인 경우가 많지만 청년들은 다르다. 그들은 농사를 업(業)으로 삼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김 사장이 청년 유입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다.

공공기관인 농어촌공사는 농업인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끔 물을 대고(관개) 끌어다 쓸 물까지 모아 제공(용수)한다. 농지은행을 통해 농업인들에게 농지를 임대해주기도 한다. 김 사장은 “청년농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농지 확보”라며 “농어촌공사가 농지를 대주는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어촌공사가 농지은행 사업을 통해 농업인에게 빌려줄 목적(공공임대용)으로 보유한 땅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26배인 76.9㎢에 달한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것도 적다”며 “농지를 많이 매입해 필요한 농업인에게 원활하게 임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입을 통해 확보한 농지를 2만4,674명의 청년 농업인에게 제공했다. 규모로는 2만3,755㏊로 농지은행 전체 지원면적의 21%에 달한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3,612억원 정도였던 농지 매입 예산을 올해 5,600억원까지 확보해놓은 상태다. 확보한 예산만큼 매입을 확대할 수 있게끔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제도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매입단가 현실화다. 김 사장은 “현재 농지 매입 최고 단가가 평당(3.3㎡) 16만원 정도인데 이를 35만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매입단가를 높게 쳐줘야 농지 확보가 수월하다는 논리다. 매입단가 현실화와 함께 지역별로 논과 밭의 단가를 분리할 계획이다. 일률적으로 규모에 따라 매입단가를 적용하던 데서 논과 밭을 구분해 단가를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업인뿐 아니라 비농업인 농지도 농어촌공사가 매입해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현재 농식품부 주도로 비농업인 농지 매입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농어촌공사가 농지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귀농·귀촌 농가에 돌아가는 농지도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농지은행을 통한 공공임대용 비축농지 확보와 함께 농지임대수탁사업 제도도 획기적으로 뜯어고칠 계획이다. 김 사장은 “농어촌공사가 소유주가 있는 농지를 제3의 농업인에게 연결해주는 수탁사업을 하는데, 농지 면적이 1,000㎡ 이상이어야 연결해줄 수 있다”면서 “이 제한을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1,000㎡가 안 되는 자투리 농지도 효율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소규모 농지를 포함한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농업인이 아닌 사람의 농지 소유를 억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농어촌공사 본래의 설립 목적인 배수시설 개선과 치수능력 확대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다”면서 “일반적으로 밭작물은 침수에 취약한 만큼 시설하우스와 같은 밭작물 재배지역에는 더 높은 설계기준을 적용해 맞춤형 배수 개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논의 타 작물 재배 비중은 19.7%로 2000년의 14.7%보다 5%포인트 늘었다. 김 사장은 “배수 개선과 치수능력 확대 같은 생산 기반 정비사업은 부분 준공을 통해서라도 농업인들이 사업 효과를 최대한 빨리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967년부터 53년째 이어지고 있는 농어촌공사의 해외 사업도 올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일단 김 사장의 구상을 뒷받침할 법적 밑바탕이 올해 1월 깔렸다. ‘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공사법)’이 개정됐는데 이는 해외 농업 개발이나 기술용역 사업에 묶여 있던 해외 사업 범위를 농산업단지 개발, 오염토양 개선 사업 등으로 확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사장은 “공사법 개정으로 폭넓은 해외 사업 참여가 가능해진 만큼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아이디어를 모아 농식품부와 개발도상국 정부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에는 미얀마 정부가 발주한 미얀마 관개 시스템 현대화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김 사장은 “추가로 신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지 사무소를 통해 사업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어촌공사의 해외 사업은 크게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공사 자체 사업 △민간기업 지원 사업으로 나뉜다. 미얀마 농업시설 안전진단 사업의 경우 ODA 사업으로 농식품부에 제안해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해주에 극동영농지원센터를 두고 극동지역 정부 측과 우리 민간업체 간 접촉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개 기업이 러시아 극동지역에 진출해 62.5%의 정착률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수도권 해안종합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3.5㎞에 달하는 방조제를 설립하고 부대시설을 구축하는 2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이 사업에 농어촌공사는 국내 중소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해 있다. 방조제 건설 타당성 조사 임무를 국내 업체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어촌·양식, 수질 개선, 토양오염 복원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통합물관리 정책에 따라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용수사용료(수세) 부활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비판했다. 국가 수자원 가운데 농업용수 비율은 40.9%로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 중심의 통합물관리 정책이 본격 시행되다 보니 일각에서는 20년 전 폐지된 수세를 부활시켜 생활용수·공업용수 사용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사장은 “농업용 저수지 본연의 목적은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농업인들의 자부담으로 만들어진 농업용수에 대해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많은 농업용 저수지들은 국가보조금과 지역 농업인이 7대3 비중으로 비용을 대 만들어졌다”면서 “대법원 판례로도 농민의 용수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업용수 사용료 부활은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는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낙후된 농어촌 빈집 활용에 대해서는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행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숙박업은 실거주자가 민박집에 거주해야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빈집을 민박으로 활용하려는 스타트업 ‘다자요’의 경우 사업이 막힌 상황이다. 김 사장은 “올해부터 빈집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귀농·귀촌자에게 임시 주거공간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숙박공유 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빈집 활용을 위한 이해관계자 간 다양하고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전임 사장 시절 논란이 됐던 수상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는 “주민 동의를 최우선으로, 기능 유지와 경관 유지, 환경안전 확보 등 4대 추진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공사 사업 규모의 최대 5% 내에서 지역 주민과 수익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긍정적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2022년까지 300㎿ 규모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발전수익은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 비용으로 활용하는 등 농어촌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낙후된 어촌지역을 현대화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어촌뉴딜300’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지난해 총 70개의 사업대상지 가운데 10곳을 농어촌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신규 대상지 120곳 중 40여곳에 농어촌공사가 참여할 것”이라면서 “낙후된 어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개발로 해양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리=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사진제공=농어촌공사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사진제공=농어촌공사


◇He is...

△1954년 경남 진주 △1974년 진주고 △1982년 경상대 축산과 △1983년 한국낙농육우협회 △1992년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2003년 대통령비서실 농어촌비서관 △2006년 농촌진흥청장 △2009년 경상대 초빙교수 △2019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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