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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남편-아이 거리 가까워졌지만…매 끼니 차리다 울컥하기도

■ 주부들이 말하는 재택근무 장단점

가족 감염 위험 줄어 마음 놓였지만

집안일·자녀교육 등 잦은 충돌도

경기도 일산의 한 가정에서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주부는 앞치마를 두른 채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김민형기자




“남편 재택근무는 일주일에 한두 번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경기도 일산에 사는 초등학생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인 A(42)씨가 한 달 동안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을 ‘수발’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정보기술(IT) 관련 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이달 초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남편이 집에서 일한다고 하자 우선 감염 위험이 적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또 틈틈이 집안일도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도 은근히 가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끼니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는 ‘돌밥돌밥’ 일상이 이어졌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남편은 좀처럼 그 앞을 벗어나지 않았다. A씨는 “남편이 반찬 투정을 할 때는 정말 ‘주부 사표’를 쓰고 싶었다”며 “잠시 집 앞 마트를 가면서 아이들을 봐달라고 부탁하자 정색을 하며 ‘나 지금 일하는 중이야’라고 말할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안쓰럽기도 했지만 집에서 일하면서 집안일에는 너무 무심한 남편에 대한 서운함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갑작스러운 남편의 재택근무를 함께 경험한 주부들은 장단점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장점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 출퇴근 시간이 아예 없어졌고 회식이나 비즈니스 저녁 모임 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개학이 연기돼 자녀들도 집에 있는 덕분에 온 가족이 함께 한적한 공원을 찾아 산책하거나 보드게임 등을 함께 즐기는 시간이 늘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B(40)씨는 “남편이 1시간20분가량 걸리던 출퇴근 시간을 고스란히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재택근무를 할 때는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고 식사준비를 도맡아 했다”고 전했다. 영업직에 근무하는 남편을 둔 서울 은평구에 사는 C씨는 “업무 특성상 술자리가 많은 편인데 재택근무 후 저녁 술자리가 거의 없었다”며 “오후6시면 자체 퇴근해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단점은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남편의 눈치와 자신만의 영역에 대한 침범이다. 주부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역시 식사준비. 시리얼이나 라면 같은 간단한 메뉴를 내놓을라치면 남편의 표정부터 보게 된다. 매일 장을 보고 김치찌개라도 끓여야 하는 수고는 온전히 주부의 몫이다. 코로나19로 밖으로 나가는 게 꺼려져 평소보다 많이 주문하는 택배도 남편 눈치가 보인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주부 D씨는 “남편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후 택배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며 “택배 온 물건이 뭐냐고 묻는 남편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가 싸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전적으로 주부들의 몫이던 자녀교육도 ‘집에서 일하는 남편’과 자주 부딪히는 주제다. 앞뒤 상황도 모르면서 자녀교육에 ‘훈수’를 두는 경우가 잦기 때문. D씨는 “남편이 갑자기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겠다며 아이들 책상 옆에 앉았다가 결국 큰소리만 났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자 아이들도 아빠가 공부를 봐주겠다고 하면 줄행랑을 친다”고 웃어 보였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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