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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리얼리티 쇼크] 믿음이 무너진 사회, 어떻게 대비할까

사샤 로보 지음, 미래의창 펴냄

AI로 질병예방시대 전염병 확산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 당선 등

믿기 어렵고 충격적인 현실 짚어

혼돈의 미래, 행동·사고방식 제시







‘리얼리티 쇼크(Reality Shock)’를 요즘 우리말 어감에 가깝게 번역한다면 ‘이거 실화냐’ 정도가 될 듯하다. 어쩌면 오늘 아침 보고 들은 일련의 뉴스들에 대해 탄식에 가까운 “이게 실화냐” 소리를 내뱉었을지 모른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19’라는 신종바이러스가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듯한 지금의 상황, 하룻밤 새 코로나 확진자가 수백 명씩 늘어나고 한국이 우한 등지에서 들어오는 중국인을 막는 게 아니라 중국이 한국인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상황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염병 창궐의 시대에 마스크값이 폭등하고, 노약자들은 두려움에 긴 칩거생활에 돌입했다. 첨단 과학의 시대에 불사영생을 믿는 이단적 종교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할 따름이다.

이 같은 ‘믿기지 않는 현실’은 작금의 대한민국에 강타한 것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으로 사업가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인종차별 등 극우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낸 그가 탄핵 위기도 넘겼고 재임도 노리는 중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것 또한 누구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다. 인간이 만든 아주 오래된 게임인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승리할 줄 몰랐던 것보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환경 때문에 기록적인 한파와 믿기지 않는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더 망연자실할 일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이자 저술가인 저자 사샤 로보는 “최근 들어 세상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매우 정상적인 사람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계속 불편한 상태를 이제 ‘리얼리티 쇼크’라 부르고자 한다”는 말로 책을 시작하며 “리얼리티 쇼크란 수십 년 동안 확고하게 믿어왔던 것들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변화와 복잡한 현실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한다. 총 10개의 장은 △소셜미디어 △중국 △인공지능 △건강 △기후 △난민 △통합 △우경화 △경제 △미래를 충격적 변화의 화두로 꼽았다.

소셜미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기존 미디어를 대체할 도구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족을 대량 학살할 때 가장 치명적이었던 무기가 페이스북이었으며, 온라인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단지 재미로 특정인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 악성 댓글과 집단 공격, 가짜 뉴스를 통한 여론몰이 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되고 있다. 인터넷망을 통해 신기한 새 콘텐츠와 마주치지만, 역으로 이는 누구나 옳다고 믿고 보편적으로 확신하는 ‘문화적 공리(cultural truism)’를 퍼뜨린다. 모두가 옳다고 하고 그 안에 내포된 맥락과 배경을 전혀 의심하지 않은 채 ‘덮어놓고 진실이라 믿는’ 문화적 공리 현상 속으로 음모론이 파고들기에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매우 꼼꼼히 검색하고 제대로 읽어야 한다.

책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을 비롯해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공표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마린 르펜과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까지 세계적인 우경화 흐름도 비중있게 짚었다. 서구 선진국의 사례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중국도 흥미롭게 분석했다. “지금까지 세계화, AI 기술 분야 개발을 중국처럼 공격적으로 밀터붙이고 이를 통해 큰 성공을 끌어낸 나라는 없다”지만 중국의 부상은 자유 경제와 사회, 민주주의 등이 서로 보완하며 발전한다는 믿음을 깨고 ‘권위주의적 지도층과 디지털자본주의가 결합하면 풍요를 얻는다’는 기괴한 등식을 던져줘 충격을 안겼다. 저자는 중국이 디지털 기술로 개인의 행동양식과 사고방식까지 데이터화 한 ‘사이버네틱 사회’로 전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아프기도 전에 병을 진단하고 심리상태까지 파악해줄 예방해 줄 수 있는 미래를 예측했지만 정작 중국발 ‘코로나19’로 펜데믹(pandemic·세계적 유행병)이 도래할 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출간된 책이 발빠르게 번역서로 나왔음에도 그토록 놀랄 일 많은 현실이라는 방증이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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