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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실리콘 제국]실리콘밸리의 '절대권력'을 경계하라

■루시 그린 지음, 예담아카이브 펴냄

실리콘밸리 혁신=전통산업 붕괴

모든정보 편집하는 소셜플랫폼 등장

정치·사회·경제 장악해 제도권화땐

변화의 동력 잃어 미래 빼앗길수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 본사의 전경. /사진=블룸버그




구글, 애플, 페이스 등이 소재한 첨단기술 연구단지 실리콘밸리의 출발은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였다. 미 스탠퍼드대학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군사기술연구 허브로 시작됐고, 기업을 위한 제품과 솔루션 개발로 확장해오다 현재는 소비자 중심의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기술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세계적인 대기업들과 1만5,000여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활동하며 전 세계 인재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각국에 보급되는 대부분의 첨단기술 역시 이곳에서 나오고, 그 기술력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단지 산업의 한 부문이 아닌 그 자체로 산업의 기류이고 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신간 ‘실리콘 제국’은 실리콘밸리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안에 내재된 문제점들을 고발한다.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글로벌 싱크탱크 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저자 루시 그린은 기술이 약속하는 미래는 매혹적이지만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기업들이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거대 기술기업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훔쳤는가’라는 부제에서 실리콘밸리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잘 드러난다.

책은 실리콘밸리가 지금처럼 부상하게 된 과정의 핵심을 ‘붕괴(Disruption)의 탄생’이라고 해석한다. 첨단기술 개발로 케이블통신, 종이 신문과 잡지, 택시산업, 소매업 등 여러 전통산업이 무너졌고, 이제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은 더 나아가 정부의 영역인 교육, 의료, 주거에까지 뻗쳐 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기존의 다른 분야를 기술로 붕괴시키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실리콘밸리의 파워집단인 페이팔 출신들로 구성된 ‘페이팔 마피아’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로 시작해 책에서 지적하는 ‘붕괴’를 실현한 대표적 기업과 기업가들로 지목된다.

책에서 지적하는 붕괴 사례는 현실 속에서도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 역시 실리콘밸리 거대기업들에 의한 폐해로 꼽힌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페이스북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뉴미디어로 등장해 뉴스를 생성하고 중재하며 선별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성보다는 파급력에 집중하는 소셜 플랫폼과 그 소유주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세계를 편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책은 이러한 현상을 저널리스트를 가리키는 ‘제4계급’에 이어 소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권력의 등장, 즉 ‘제5계급의 출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실리콘밸리 기업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때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였다. 막대한 자금을 가진 그들은 규제 철폐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기술기업인을 정부로 보내고, 정부 관료가 기술기업으로 오는 ‘회전문 인사’가 대표적이다. 책은 정치와는 철저히 무관해 보이는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들이 실제로는 정치 및 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사회공헌 단체를 통해 저개발국에 무료 인터넷을 공급하는 배경에도 실리콘밸리의 시장 장악이라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가 자선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데는 이런 목적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를 자선사업과 수익이 하나로 맞물리는 ‘자선자본주의’라고 표현한다. 저자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우주 프로젝트는 규제가 없는 곳을 찾아 떠나는 도전이다. 이들이 지구상의 시급한 문제보다 상업적인 목적의 우주 프로젝트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최근 몇 년 간 실리콘밸리 거대기업들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여전히 그들의 영향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국에는 실리콘밸리가 우리 삶에 해로운, 즉 위악적 존재로 전락할 것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제도권이 된다면 우리는 상황을 변화시킬 힘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정부와 비슷한 형태가 된다면 말이다.” 1만8,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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