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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서 마스크 살 수 있다더니 허탕…누구를 믿어야 하나"

정부 "이르면 27일부터" 밝혔지만

농협·우체국 등 물량없어 헛걸음

"우왕좌왕 행정에 분통만 터져"

국세청, 제조·유통업체 일제 점검

"보여주기식 뒷북 단속" 지적도

27일 오전 대구시 동구 신암2동 우체국 앞에서 시민들이 정부에서 공급하는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연합뉴스




27일 정부 중앙부처들이 모여있는 세종시 어진동의 한 약국. 아침부터 약사와 60대 여성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날 “전국 2만4,000개 약국 한 곳 당 마스크를 하루 100장씩 공급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약국을 찾은 이 여성은 텅 빈 마스크 진열대를 보고서 “정부 공급 물량 들어오면 내 몫을 좀 보관해달라”며 약사에게 현금 2만원을 내밀었다. 실랑이 끝에 결국 부탁을 거절당한 이 여성은 “마스크를 5일째 빨아서 쓰고 있다”며 “우왕좌왕 마스크 행정에 분통이 터진다.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하나”라며 다른 약국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촉발한 ‘마스크 대란’에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마스크 생산·유통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약속했던 공적 물량 공급은 정부의 당초 발표보다 늦어지고 있다. 물량도 수요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달리다. 전문가들이 일찌감치 2차 대유행을 경고했음에도 마스크 수급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가 이달 18일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인 31번 확진자 이후 사태가 급변하면서 대란이 벌어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오전 세종 어진동의 한 약국에 정부가 확보한 공적 마스크 물량이 3월 초 입고된다는 안내가 붙어있다./세종=나윤석 기자


손 놓고 있다가 뒷북 대응

국세청은 지난 25일에야 526명을 배치,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263곳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에 들어갔다. 계약서를 쓰지 않고 높은 가격에 마스크를 현금 거래(무자료)하는 등의 시장 교란행위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전까지는 사실상 손 놓고 있다가 마스크 대란으로 민심이 악화하자 보여주기식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국세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코로나19 전파 이후 처음이다.



국세청 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코로나19 사태가 급반전된 지난 19일 이전에나 온라인 판매업자 적발에 나섰을 뿐 이후에는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지 않았다. 확진자가 20여명 대에 머무는 등 사태가 점차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매점매석, 폭리, 탈세, 불공정거래를 끝까지 추적해 엄벌할 예정”(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라고 강조했지만 말 뿐이었던 셈이다. 의약품 관리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2차 대유행 전인 지난 10일 대규모 적발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정부 부처들이 컨트롤타워 없이 산발적으로 단속에 나서다 보니 흐지부지됐다는 지적이다.

“공적 물량 어딨냐” 현장 대혼란

정부가 뒤늦게 긴급수급조치를 내려 공적 확보를 통해 약국 등 시중에 마스크 350만장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장에서는 물량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했다. 악화한 민심에 쫓긴 정부가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부터 해버린 탓이다. 당시 정부는 “빠르면 27일 오후부터 마스크 구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적 판매 기관인 농협 측 관계자는 “오늘(27일) 마스크 20만6,000개를 평택 물류센터에 입고시켜 전국 1,900개 판매처에서 공급할 계획이지만, 아직 업체와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강원 인제군의 한 읍(邑) 소재 우체국 관계자는 “정부 지침보다 뉴스가 더 먼저 나와 혼란스럽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제조업체와 공적 공급 업체 간에 계약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증에 빠진 정부가 공급 계획을 섣불리 발표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 물량 확보 문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량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약국 한 곳당 하루 100장의 공적 확보 물량을 공급할 방침이지만 1인당 최대 5매까지 구입가능 수량이 ‘권고’돼 있어 단순 계산으로 20명만 다녀가면 하루 치 물량이 동난다. 세종시 종촌동의 B약국 약사는 “100개가 아닌 수 백개를 가져다 놔도 한 시간 내에 다 팔려나갈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경기를 제외한 전국 1,900개 농협에도 점포당 300장이 공급되는데, 이 역시 수요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세종=한재영기자·양종곤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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