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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S]85% 분양 완료됐다던 공장 부지, 주소지엔 야산만 덩그러니

■경주 '분양 현장' 가보니

담보 상품-실제 분양 필지 달라

허위정보 기재·원금손실 상품도

"사실검증·현장실사 한번도 안해"

부실한 대출심사 연체율 부채질

P사가 지난 2018년 분양을 추진했던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의 필지 중 한 곳이 야산의 형태로 남아 있다. /경주=박진용기자




“분양률 85%라고요? 기존 입주업체들도 1~2년 전부터 공장 부지를 경매에 내놓았는데 안 팔려서 난리예요.” (경주산업단지 인근 부동산 개발업체 A 대표)

지난주 말 찾은 경주의 한 일반산업단지. 국내 대표 개인간거래(P2P) 금융 업체 중 하나인 P사가 분양을 진행 중인 필지를 찾아갔지만 사실상 야산에 가까운 상태였다. P사는 해당 사업지를 대기업 협력사가 밀집한 지역이라며 ‘18개월간 85.6% 분양률 기록’ ‘13.6% 분양 도달 시 금융권 리파이낸싱 가능’ 등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해당 필지는 할인분양을 진행했음에도 분양률 10%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기록했다. 최근 14차 공매까지 진행했지만 현재까지도 유찰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급증하는 P2P 금융 연체율은 이처럼 부실한 대출심사 등 업체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업계 상위권 P2P 금융 업체의 대출상품을 조사한 결과 입지정보와 개발 진행상황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출시된 상품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지하고 있는 담보 부풀리기, 불완전판매 등의 사례가 드러나면서 오는 8월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허술한 대출심사 및 투자자 모집=경주산업단지 역시 대출심사 및 투자자 모집 과정이 허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P사가 지난 2018년 투자자들에게 선보인 경주산업단지의 분양예정지역과 실제 분양 대상 필지는 주소가 달랐다. P사 관계자는 “분양 대상 토지는 구어리 1404 등 6개 필지였다”며 “다자간 약정서에 따라 ‘89-1 일원’으로 정의하고 대표 주소인 89-1을 올리다 보니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한 경매 전문가는 “다자간 약정서를 쓰는 경우는 사실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드물다. 오히려 분양하려는 필지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의심된다”며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현지 답사만 했어도 발생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불완전판매”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상품 역시 부실심사 논란에 휩싸여 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2017년 7월에 출시한 ‘안성, 벽제 토지 상품’은 담보물인 토지가 공장 설립 인허가 단계 막바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본지가 확보한 수원지방법원에서 의뢰한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이 토지는 2005년 10월 공장설립승인을 받았고 2017년 7월 공장 설립 승인이 취소됐다. 담보물인 토지개발과 관련해 사실상 허위정보를 기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P사 관계자는 “건축허가 신청이 실패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공지하고 투자금을 모집했다”며 “본 건의 두 담보물 중 한 건을 매각해 현재까지 59%의 원금을 회수했으며 잔여 담보물 매각이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에 소재한 한 공장이 경매에 넘어가 방치돼 있다. /경주=박진용기자


◇채권 선순위 바꾸고 추가 투자자 모집=업계 상위 T사 역시 최근 대출상품(태안 버스터미널 인근 다세대주택 및 파주 문산역 연립주택)을 원금 손실 처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상품은 투자자로부터 1순위 조건으로 약 48억원을 모집했다. 사업 진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새마을금고와 대환대출을 진행해 약 37억원(78%)을 우선 상환했다. 이 과정에서 잔여 채권(22%)이 2순위 수익권(새마을금고 1순위)으로 전환됐는데 별다른 공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채권 순위가 후순위로 밀리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이후 10억원 수준이던 잔여 채권이 약 6,100만원에 매각되면서 1순위 투자자들은 약 10억원의 원금 손실을 입게 됐다. 더욱 큰 문제는 같은 상품에 대해 2순위로 투자자를 재모집(리파이낸싱)했다는 점이다.

한 투자자는 “해당 상품을 2순위 조건으로 리파이낸싱을 한 뒤 3개월 만에 바로 연체가 일어났다. 사실상 연체가 될 것을 미리 인지하고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2순위로 들어온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 손실을 당했다. 반면 T사는 홈페이지상 채권 현황 업데이트를 통해 공지했고 연체될 줄 몰랐다며 맞서고 있다.

또 다른 업계 상위 업체 H사 역시 최근 부실심사 논란에 빠졌다. 지난해 11월까지 투자금을 모집했던 한 중소기업 매출채권 상품의 경우 지난달 해당 업체가 갑자기 폐업을 선언하면서 투자자들은 절반에 가까운 원금 손실을 입게 됐다. 투자자들은 두세 달 후에 폐업할 것도 현지실사를 통해 확인하지 못한 것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폐업 후 2주가 넘도록 H사가 사태 파악을 하지 못했고 재고자산 처분을 통해 상환도 어렵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채일권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P2P 회사가 제2금융권 대환대출로는 2순위 수익자의 상환이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2순위 수익자에게 상품을 팔고, 해당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정리하는 것은 투자사로서 모럴해저드에 가까운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탐사기획팀=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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