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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1776년 로마제국 쇠망사 첫 출간

英 역사가 기번의 24년 역작

‘서기 2세기의 로마제국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토와 문명화된 인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1776년 2월17일, 런던에서 출간된 ‘로마제국 쇠망사’ 제1권의 첫 문장이다. 저자는 당시 36세였던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사진). 부유한 런던 토박이로 대학교수들을 능가할 정도로 고전과 어학의 천재였던 기번의 책은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까지 개정판을 연달아 낼 만큼 많이 팔려 인세수입이 1,000파운드를 넘었다. 같은 해 국부론을 지은 애덤 스미스가 받던 당대 최고 수준의 연금액이 300파운드였던 시절, 기번은 역사책으로 소





설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기번의 작품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쳤다. 허약한데다 부모의 관심도 별로 받지 못했던 그는 이모의 보살핌 속에 독서를 낙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건강이 회복돼 옥스퍼드대에 입학할 무렵에는 그리스·라틴 고전은 물론 고대와 현대 언어에 능통해 교수들도 쩔쩔맸다고 전해진다. 평생토록 종교에 심취하지는 않았어도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다시 개신교로 개종한 그는 부친과 개종 문제로 불편해지자 유럽 여행에 올랐다. 스위스 로잔을 거쳐 이탈리아(1764·27세)에 당도한 기번은 로마의 폐허를 바라보며 ‘로마사’를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작심에서 출간까지 9년이 걸렸던 ‘로마제국 쇠망사’의 마지막 6권은 그의 51세 생일(1788년 5월8일)에 맞춰 나왔다. 출간 기준으로 12년, 구상에서 완간까지는 24년이 걸린 ‘로마제국 쇠망사’는 후대에 무수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저자로서 상업적 성공도 거뒀다. 56세에 독신으로 죽은 그는 2만6,000파운드의 유산을 남겼다. 책의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98년 트라야누스 황제에서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까지를 다룬 그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방대한 주석을 통해 고대의 역사가 18세기 영국 사회에 주는 의미를 깊게 파고들었다.



기번을 비롯한 계몽주의자들은 뻗어 나가는 대영제국의 모델을 로마에서 찾았다. 기번 이후 로마에 대한 연구는 유럽의 일체감을 위한 자양분이기도 하다. 기번의 의도하지 않았던 기여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인문학이나 역사가 밥 먹여줄 뿐 아니라 후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역사란 도전과 응전의 소산(아널드 토인비)’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E H 카)’라는 명제도 기번의 영향권이다. 기번은 로마의 쇠망 원인을 이렇게 꼽았다. 종교의 부작용에 따른 시민적 미덕의 상실. 마치 우리를 얘기하는 것 같이 들린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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