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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채팅방서 집값 말해도 처벌?...담합 단속 '시끌'

정부, 21일부터 대대적 단속

현수막·인터넷 카페 등 대상

중개업소 '후려치기'는 제외

기준 모호, 형평성 논란 예고





# 서울 강북의 A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활정보 등을 공유하는 온라인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는 석 모(43) 씨. 그는 정부의 ‘집값 담합’ 단속을 앞두고 채팅방 운영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채팅방 내에서의 시세 게재 등 부동산 시장 관련 정보교류를 ‘담합’으로 보고 처벌할까 걱정돼서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동네 부동산들은 정확한 시세를 알려주지 않는다”며 주요 아파트 단지의 거래 정보를 공유해 왔다. 석 씨는 “가격 정보만 채팅방에 올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집값과 관련해선 입도 뻥끗 못하도록 만들려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이달 21일부터 본격적인 ‘집값 담합과의 전쟁’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정부 방침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벌 대상 및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주된 지적이다. 아울러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시장 교란행위 단속을 위해 1차관 직속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구성해 불법행위에 대한 직접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 ‘어디까지 처벌 대상’ 모호한 기준=정부의 단속 대상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가격 담합행위다. 현수막이나 엘리베이터 안내문 등 형태를 남기는 경우뿐 아니라 온라인 채팅방, 인터넷 카페 등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모두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부녀회 명의로 현수막·안내문 등을 내거는 행위는 분명히 단속 대상이지만, 정부가 대대적 단속을 예고한 상황에서 ‘물증’을 남기는 행위는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증거가 없는 음지화된 행위를 단속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선 사례처럼 단순히 실거래가 정보를 공유했거나 현재 시장가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제시한 정도로도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일부 주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놨다면 이를 단속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도 모호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민들은 말로 전파하거나 암묵적인 단체 행동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법 적용을 하게 되면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자칫 자의적으로 규제 범위를 판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단속 근거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이 아닌 공인중개사에 대한 ‘업무방해’다. 공정거래법에서 보는 ‘담합’은 사업자들이 공모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다. 부녀회나 주택 소유주 같은 소비자들을 담합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때문에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해 담합을 업무방해로 처벌하도록 했다. 해석 여부에 따라 특정 행위를 범법으로 볼 수도, 합법으로 볼 수도 있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교수는 “공인중개사법은 규율 대상이 공인중개사인데, 이를 토대로 일반 국민들을 규율하려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부동산은 처벌 제외…형평성 논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후려치기 담합’은 규제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논란이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이 자체 공동거래망 등을 통해 △허위매물 등록 △고액 호가 매물 거부 △호가 인하 요구 등 사실상 담합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가격 낮추기’는 이번 단속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담합’을 가격 상승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 때문인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올리기 담합’만 처벌하는 것은 조항 자체에 불균형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위매물’ 등 공인중개사의 위법 행위 관련 제재는 8월 21일부터 시행되는데 소비자 규제와 6개월이나 차이가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와 관련해 ‘2월 동시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담합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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