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뒷북경제] 40대·제조업 쪼그라드는데…'고용 축포' 쏘아올린 정부

'작년 고용 반등의 해' 자화자찬 정부

'세금 일자리로 지표 올려 놓고…' 비판 비등

제조업 취업자 8만1,000명↓ 2013년來 최악

청년 체감실업률은 2015년 이후 가장 높아

재정 말고 민간 중심 고용지표 개선 꾀해야





지난 15일 정부는 예정에 없던 관계부처 장관 합동브리핑을 열겠다고 기자단에 공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고용통계가 나왔으니 한 해 고용 지표를 종합 평가해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뿐 아니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총출동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성과가 가시화됐다”면서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인 ‘일자리 반등의 해’”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홍남기(왼쪽 네번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들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고용동향 및 향후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 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강신욱 통계청장. /오승현기자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712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만1,000명 증가했습니다. 최저임금 급등이 반영된 첫해인 지난 2018년 취업자 수가 9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친 이후 2년 만에 30만명대 취업자 수 증가 흐름으로 복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취업자 수가 무려 51만6,000명 폭증하다시피 했습니다. 이는 5년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입니다. 얼핏 보면 고용이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과연 정부가 ‘일자리 반등의 해’라며 자화자찬 할 때인지 강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대폭 개선된 것은 결국 재정 투입에 기댔을 뿐 민간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고용 통계 분식’이라는 거친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재정이 대거 투입된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취업자 수가 16만명 늘어난 데 반해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은 8만1,0000명 급감했습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연령별로도 쓰레기 줍기 등 재정 투입 노인일자리 사업 영향으로 60대 이상의 취업자 수가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인 37만7,000명 늘었습니다. 반대로 한국 경제 허리인 40대 취업자 수는 16만2,000명 줄었고, 30대도 5만3,000명 감소했습니다. 특히 40대 취업자 수는 지난 1991년 26만6,000명이 줄었던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정부는 인구구조와 고용 패턴 변화를 고려해 고용지표를 해석해야 한다고 항변합니다. 단순 경제활동 인구 수가 줄어드는 만큼, 취업자 수 증감이 아닌 고용률을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겁니다. 실제 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의미하는 고용률은 60.9%로 22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를 뜻하는 실업률은 3.8%로 전년과 똑같았습니다. 실업자 수는 지난 2016년 이후 4년째 여전히 100만명을 웃돌고 있죠. 청년들이 느끼는 고용 한파도 여전합니다. 청년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지난해 22.9%로 2015년 집계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정부의 ‘상용직이 늘었다’며 고용의 질 개선을 주장하는 것도 강변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상용직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고용의 질 개선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상용직에는 비정규직도 상당 부분 포함되기 때문에 ‘상용직 증가=고용의 질 개선’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입니다. 오히려 초단기 쪼개기 일자리가 급증하는 등 고용의 질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해 주당 1~17시간만 일하는 초단시간근로자는 30만1,000명 늘었고 53시간 이상 취업자는 거꾸로 47만8,000명 줄었습니다.

비경제활동인구 1,631만8,000명 중 ‘쉬었음’ 인구도 209만2,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구직단념자도 53만3,000명이나 돼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고용 지표를 투고 V자 반등을 이뤘다며 들뜬 분위기입니다. 올해는 취업자 수를 25만명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죠. 국민들이 정말 답답해 하는 것은 ‘세금 일자리’로 고용 지표를 뻥 튀겨 놓고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며 자화자찬하는 정부 태도입니다. 한국 경제 허리인 제조업·40대 고용시장이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는데, 정부는 재정 일자리로 부풀려진 고용 수치를 놓고 축포를 터뜨리니 날 선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지금이 고용 좋다고 자화자찬할 때냐”는 한 전문가의 비판이 왜 나오는지 정부는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