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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檢 길들이기' 역풍…총선 판 뒤흔들수도"

■법조·학계 일제히 비판

검찰개혁 외치더니 일방적 통제

'인사권 압박' 국민 지지 못 받아

상식의 선 넘어…도덕성 훼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법무부가 단행한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는 “명백한 사건 은폐이자 사실상의 검찰 길들이기”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를 둘러싼 울산시장 선거개입·감찰 무마 등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 지휘부가 인사 수술대에 올라 대거 교체됐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들은 1·2차에 걸친 검찰 인사가 설 명절 밥상에서 화두로 오르고, 민심 이탈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사 라인 교체 등 검찰 인사가 여론의 반발을 사면서 4·15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적 통제라는 명분으로 검찰 개혁을 외쳐놓고, 오히려 검찰에 대한 일방적인 통제에 나서는 모순된 상황”이라며 “이는 검찰 수사를 막겠다는 것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검찰의 중립성이 확보된다’고 한 현 정권의 방침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사권 행사가 정당성을 (인정) 받으려면 최소한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마무리된 뒤 시행됐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도 “정권이 인사권을 앞세워 사실상 검찰을 길들이겠다는 것”이라며 “인사권으로 압박하는 모습이라 앞으로 검찰의 정권 눈치 보기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 중인 검찰 지휘 라인을 대거 일선 지방검찰청으로 보내는 등 인사권이라는 칼날로 검찰을 압박하는 게 현 정부가 검찰 개혁의 목적으로 내세웠던 ‘정치 중립성 확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법무부 인사가 검찰 반발로 이어지면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유원규 광장 대표 변호사는 “고위 간부 인사에 이어 중간 간부 인사까지 속전 속결로 단행하면서 판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와 검찰은 다른 조직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셈”이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일선 검사들의 조직적인 저항과 반발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직 검찰 고위 인사들도 “(인사가) 다소 지나치다”, “이례적 인사로 수사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로 법무부 인사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과거에 이러한 사례를 전혀 보지 못했다.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도 “문민정부가 출범한 93년 이후 6개월 만에 대폭 인사를 단행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뿐”이라며 “그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으나 검찰의 수사 연속성이나 정치 중립성 등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법무부 인사를 단순히 기간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현 상황을 종합해서 봤을 때는 수사 은폐를 목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분 없는 검찰 인사가 4·15 총선 판까지 흔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설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앉자 자주 나누는 이야기가 경제나 북한 문제와 함께 현 정권의 도덕성”이라며 “현 정부가 수사 방해를 목적으로 한 검찰 인사로 스스로 도덕성을 추락시킴으로써 설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식의 선을 넘어서는 인사 조치는 현 정부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부모 지역구 세습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정부·여당이 민심 이탈이라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권 전횡이 국민 상식 수준을 넘어선 만큼 인사에 앞서 도덕성 추락에 따른 지지층 이탈을 정부·여당 입장에서 고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경우 (현 인사를)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했다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상식을 가진 대부분의 국민들 사이에서는 현 정권이 검찰 수사를 방해함으로써 그야말로 부패가 창궐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건을 은폐하더라도) 정권이 바뀐 뒤에 다시 수사할 수는 있으나 많은 국민들이 ‘그때까지 부패가 빠르게 확산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검찰 인사는 물론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 등 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라젠 주가 조작 의혹이나 라임투자자문 사태에 정치권 인사들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는 금융 관련 대형 사기 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경제 영역 내 부패라는 게 기업 하나가 아닌 정경유착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 부분도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현덕·이지성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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