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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트럼프가 중국에 굴복한 이유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中 시장경제 전환해 눈부신 굴기

트럼프 무역협상 목표달성 못해

엄포 아닌 국제질서내 경쟁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는 대체로 베이징의 승리다.

지난 2018년 5월 외부에 유출된 문건을 통해 밝혀진 워싱턴의 요구조건과 이번에 합의된 내용을 서로 비교해보라.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는 “거의 2년에 걸친 협상과 관세 및 보복관세 이후, 트럼프는 미국이 제시했던 핵심 목표 가운데 단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같은 결과는 부분적으로 양측의 지구력을 반영한다. 일당제 국가인 중국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다.

트럼프는 관세로 중국 경제에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기에 실제로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고통이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미국 소비자들을 볼모 삼아 도박을 한 셈이다.

그러나 재선에 도전하는 그로서는 무역전쟁의 거센 파고부터 진정시켜야 할 필요를 느꼈을 터이다. 이 때문에 중국과 무역전쟁까지 벌여가며 달성하려 했던 주요 목표들을 거의 모두 포기한 채 제풀에 주저앉았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다.

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맥락에서 보면 이번 무역합의는 국제사회에서 일찍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현상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것은 향후 수십 년간 미국이 혼신의 힘을 다해 대응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다.

필자가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에서 지적했듯 중국은 현대로 접어든 후 미국이 대면한 진정한 동급의 경쟁자다. 심지어 소련도 경제적인 면에서 미국과 동급은 아니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들의 최대 교역상대이자 세계 최고의 외환보유국인 동시에 5세대(5G)와 같은 최첨단 분야를 포함한 여러 산업분야의 선두주자다.

아마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미국이 구축한 안보시스템의 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후 국제환경은 특이할 정도로 미국에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독일·프랑스·영국·일본·한국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부와 권력을 거머쥔 국가들은 모두가 미국의 보호국들이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완전히 예외적인 케이스다. 여기에 완연히 다른 정치체제와 문화적 배경, 아시아는 물론 그 너머의 지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망까지 덧붙여지면서 중국은 미국과 복잡하고 긴장된 관계를 만들어낼 모든 요소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실패로 끝난 트럼프의 무역협상이 확연히 보여주듯 양측의 관계에서는 위협과 대립, 그리고 엄포가 통하지 않는다. 중국이 가진 지렛대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최대 실수는 일방주의였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미국과 힘을 합쳐 중국에 대항할 것을 제안했다. 성사가 됐다면 지구촌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0%, 전 세계 군사비 총지출액의 50% 이상을 감당하는 거대한 연합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같은 제안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유럽을 조롱했다.

트럼프는 또한 중국에 상당한 부담이 됐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이 점에 있어 트럼프만 탓할 수는 없다. 민주당 역시 중국과 보호주의 국가들을 향해 트럼프 못지않게 매파적인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의 1단계 무역합의는 당내 주요 인사들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민주당 수중에 있다 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 자유무역 규정을 가볍게 여겼다는 비평가들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국의 번영은 공산주의 경제에서 시장기반 경제로 전환한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인들의 근면과 검약, 대규모 투자와 좋은 아이디어 차용이 오늘날의 경제 붐을 견인했다.

중국의 눈부신 굴기에 대응하려면 워싱턴은 과학과 기술, 인프라와 취업훈련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그 누구의 경쟁도 허용하지 않는 과감한 혁신과 경쟁력 제고를 이뤄야 한다.

중국의 굴기가 지니는 지형학적 위협에 대한 이해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에서는 중국의 급부상이 또 다른 냉전을 촉발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언급이 수시로 나온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를 해보자. 과거의 소련은 잊어버리고 오늘날의 러시아를 살펴보라. 러시아는 1945년 이래 서구가 구축해놓은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훼손하려 든다.

반면 중국은 그 같은 질서 안에서 부와 힘을 축적했다. 중국은 러시아처럼 서구 민주주의체제를 방해하고 인접국을 침략하는 불량국가가 아니다.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에서 필자가 지적했듯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은 전 세계에 걸쳐 혁명적 봉기를 지원하던 스폰서였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유엔 평화유지임무에 두 번째로 많은 자금을 대고 있다.

사실 베이징은 1979년 이후 단 한번도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 가운데 중국이 지닌 독특한 비개입 기록이다.

미국은 21세기의 대부분을 중국과 경쟁하며 보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우방국들을 끌어들이고 국제시스템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날 선 대결과 견제의 길로 나아갈 경우 개방적인 국제질서와 지구촌 경제는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다. 무역과 기술 및 여행을 정부가 통제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우방국들 사이의 부단한 마찰, 지구촌 경제의 저성장, 핵무기 경쟁과 전쟁의 위협에 시달릴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최대 관건은 얼마나 강경하게 대응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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