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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北은 왜 문대통령을 비난할까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의 문재인 대통령 비난은 새해에도 진행형이다. 역대 보수정부의 대통령은 물론이고 진보정부까지 합쳐서 단연 선두다. ‘삶은 소 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는 표현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렵다. 모든 국정을 제쳐놓고 향북(向北)에 주력하는 문 대통령을 도대체 북한은 왜 비난하는 걸까.

우선은 높은 기대(high expectation)와 낮은 성과(low product)에 대한 반발이다. 평양의 권부는 선대가 흥남 철수 당시 배를 타고 거제로 내려왔고 재야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북한에 대한 온정주의를 강조한 이력에 큰 호기심을 가졌다. 후보를 거쳐 대통령이 된 후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문 대통령과 손을 잡고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호시절은 여기까지였다. 다음이 문제였다.



김정은이 내린 ‘통 큰 결단’의 하이라이트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의 평양시민들에게 연설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연설 내용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전에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핵 위협이 없는 세상을 물려주자는 문 대통령의 연설은 파격이었다. 하지만 연설에 대한 반대급부를 망각했다면 공산주의 전략에 대한 무지의 결과다. 특히 문 대통령의 남북경협과 평화경제에 대한 청사진은 북한을 설레게 했다. 멋진 연설이 있었다면 다음에는 잘사는 남측이 그렇지 않은 북측에 대규모 경제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평양의 논리다. 그간 과신하던 ‘지북(知北) 정책’은 판단 미스였다. 사회주의에 공짜는 없다. 국가가 인민들에게 의식주를 무상 공급한다고 선전하지만 체제 충성의 대가다.

새해 연초부터 압록강변 중국 국경도시 단둥 역에서는 쌀과 옥수수를 가득 실은 기차가 신의주로 넘어가고 있다. 올해 식량 80만톤 이외에 100만명의 중국 관광객 송출이 이뤄진다는 후문이다. 새해에도 청와대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위해 워싱턴과 한창 입씨름 중이다. 총선 이후 차기 대권 주자들이 언론을 장식하기 전에 평양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마지막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시퍼렇게 살아 있는 대북제재로 진퇴양난이다. 평양과 워싱턴 양측을 만족시키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는 것인가. 잔여 임기 2년 동안 북한으로부터 조롱과 비난을 무릅쓰고 금강산과 개성공단 재개에 몰두할 것인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전례가 없는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인지, 어느 길을 선택해야 북한으로부터 이제부터라도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라는 막말을 듣지 않을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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