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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목청 높여야 할 방향은 북쪽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한미 조율없이 금강산 관광 추진

정부, 北비핵화보다 남북교류 집착

'북한 바라기'식 편향외교 벗어나

쓴소리 할줄아는 단호함 보여줘야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한미관계가 흔들린다. 언제는 바람 잦을 날 있었나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금강산 개별 관광에 대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우려를 표명하자 청와대와 여권은 마치 주권 침해라도 당한 것처럼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금강산 개별 관광 추진 과정의 졸속 행보와 대북정책의 방향성이다.

보통 대통령의 정책연설이나 기자회견을 할 때는 그 내용과 관련한 준비작업을 한다. 국내 문제의 경우에는 예산의 뒷받침이나 부처 간 협조가 중요하고, 국제 문제에 있어서는 상대방과의 사전조율이 필수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이 정책적으로 잘 이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그런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대미외교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 문제만 해도 그렇다. 평양 정상회담 이후 2018년과 2019년에 답방을 촉구한 바 있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대통령의 발언에 무언가 사전조율이 있었나 하는 기대를 해보았지만 허무한 결과만을 낳았다. 우리 정부는 그저 요청했을 뿐이고 북한 당국은 일방적으로 무시해버렸다. 이번 금강산 개별 관광 건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넣을 내용이라면 사전에 한미 간 조율이 필요했고 북측과도 접촉을 해봤어야 한다.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이렇게 준비 없는 행보를 해서는 안 된다. 국격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0년을 대미 전면대결의 해로 선포했다. 새로운 전략무기와 충격적인 행동을 언급하며 군사적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은 비핵 기조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북핵을 용인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시기다. 미국이 제재이행을 강조하는 것은 북핵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리스 대사의 이번 발언은 그 수위의 적절성을 떠나 우리 스스로 고민해야 할 본질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인가 남북교류인가.



미국은 한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아쉽게도 정부의 최근 행보를 보면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는 아닌 것 같다. 금강산 개별 관광과 같은 단편적인 교류로 김정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핵무기는 북한 정권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척도다. 핵 보유 의사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교류협력을 강조하며 비핵화 공조를 해치는 것은 과연 옳은 접근인가. 만약 북한이 수용한다 해도 교류협력을 원해서가 아니고, 한미 간에 사이를 더 벌리려는 이간계일 가능성이 크다.

우려스러운 점은 더 있다. 여권의 미국을 대하는 태도다.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하지 못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삶은 소대가리’ 발언이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 입장에 대해 같은 대응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상하리만큼 북한과 중국 문제가 나오기만 하면 작아지는 모습은 무엇 때문일까.

정부는 아직도 북쪽에 기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신북방정책’만 외쳤지 진전된 성과는 없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북방 콤플렉스’ 극복이다. 북한이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성이 올바르게 잡힌다. 북 편향 외교로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지금 목소리를 높여야 할 대상은 비핵화 공조를 요구하는 미국이 아니라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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