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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자본시장법 차관회의 통과…경총 "참담하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차관회의를 통과하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오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2월1일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법무부 소관인 상법, 금융위원회 소관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 대상 ‘5% 룰’ 완화 등이다. 재계는 사외이사 인사 풀이 부족하고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간섭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례적으로 강한 입장문을 냈다. 경총은 “이번 개정안은 기업경영 내부장치인 사외이사와 주주총회까지 정치·사회적인 직접적 관여와 통제를 확대하는 반시장적 정책의 상징”이라며 “경영계의 거듭된 우려가 묵살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총은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은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규제”라며 “당장 올해 주총에서 560개가 넘는 상장사들이 한꺼번에 사외이사를 교체하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민연금에 기업의 이사 선임·해임과 정관 변경 등을 ‘백지위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총은 “국민연금이 지분변동을 외부공개 없이 마음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풀어놓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 기업 지배구조는 기업이 정하는 것인데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당장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 대란’이 일어날 것이 뻔합니다. 실무적으로도 기업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17일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21일)를 앞둔 마지막 절차인 차관회의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에 한 재계 관계자는 한숨과 함께 ‘쇠귀에 경읽기’라는 말을 내뱉었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반대하고 반박해도 정부가 밀어 부치면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계가 당장에 우려하는 부분은 상장 중견·중소기업의 올해 주주총회다. 사외이사 임기를 6년, 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2월부터 시행되면 대혼란을 피하하기 어렵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당장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하는 기업은 12월 결산 상장사 2,003개 중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566개로 추산된다. 법무부 검토결과 상장사의 부담이 크지 않아 1년 유예 방안을 폐기하고 곧장 시행키로 했다는 입장이지만 566개 기업이 사외이사를 새로 찾아야 한다. 재계는 도입 취지인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올해 주총부터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이사회 멤버로서 견제기능 뿐만 아니라 기업미래 비전에 대해 조언하고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역할도 있기 때문에 법이 아닌 기업에 맡겨야 한다”며 “그나마 대기업들은 능력이 되니까 사외이사를 보충할 수 있겠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인재 풀이 적고 보수도 넉넉히 줄 수 없어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권과 사외이사 투명성 강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바라보는 현실의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시행령 개정안 도입 취지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정부가 기업의 인사권에 직접 통제장치를 달아 경영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 재계 한 관계자는 “내부경영에 관한 사안으로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야 할 사외이사 인사문제를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상위법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구시대적 접근”이라며 “재계 일각에서 돌고 있는 친정부인사 자리 만들기용 시행령이라는 의심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 룰’ 완화를 통한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확대 역시 재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의 상장사 지분 5% 이상 보유에 따른 보고 의무(5%룰)를 완화했다. 기존에는 상장사의 이사회·지배구조·배당 등에 적용되는 정관변경 요구도 경영권 영향 목적 활동으로 분류돼 5일 내 세부 내용을 공시해야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이 같은 활동이 경영권 영향 목적 활동에서 제외돼 한 달 내 주요 내용만 공시하는 약식보고가 허용된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경영개입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시민단체들은 최근 삼성물산·삼성중공업·효성·대림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역시 지난해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경영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준비를 마쳤다. 국민연금은 현재 313개 상장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의결권 행사에 나설 수 있다. 경총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를 비롯해 노동계, 시민단체가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라며 “국민연금을 매개로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기업의 이사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등을 보다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백지위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경영의 투명성과 주주권리를 강화하는 흐름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규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업들 역시 사외이사의 역할, 주주권리 강화 등을 위한 자율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만큼 칼로 금을 긋는 듯한 법적 규제 보다 인센티브를 강화해 이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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