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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연초부터 '이란 사태'…한국경제 괜찮을까요

‘중동發 악재’ 수출 반등에 찬물 끼얹을 수도

“장기화 땐 교역량 곤두박질·건설사 수주악화”

정부도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에 연일 긴급회의

美 ‘경제 제재’ 집중에 국제유가는 4일 연속 약세





참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입니다. 새해가 밝고 불과 며칠 만에 불거진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뉴스가 한 가득 쏟아질 만큼 시시각각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인데요, 미국은 10일(현지시간)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대이란 추가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이란이 테러 행위에 계속 관여하면 경제적 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언이 이틀 만에 현실이 된 셈입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철강 산업에 초점을 맞춘 이란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습니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조치의 결과로 우리는 이란 체제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차단할 수 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경제 제재는 이란 정권이 그들의 행동을 바꿀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죠. 이와 함께 지난 8일 무려 176명의 사망자를 낸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사와 관련해 이란 군 당국이 “최고 수준의 경계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적기로 오인한 군인이 실수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책임을 인정하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UPI=연합뉴스


우리 국민들로서는 아무래도 이란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립니다. 중동정세 불안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 당장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도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라는 ‘이중 악재’가 겹치면서 2019년 수출 규모가 전년보다 10.3%나 감소했죠. 한국 수출이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었습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처럼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중동에 진출한 건설기업을 비롯해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연일 부처별로 회의를 소집하며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정부는 지난 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리는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 내에 △금융시장반(금융위원회) △국제유가반(산업통상자원부) △실물경제반(산업부) △해외건설반(국토교통부) △해운물류반(해양수산부)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총괄 반장을 맡고 각 주무부처 차관이 반장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상황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기도 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실물 경제 부문에서 직접적 영향이나 특이 동향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면서도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관련 정세와 시장 동향을 냉철히 주시해 차분하게, 그러나 필요하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을 향해 사태를 예의주시하되 과도한 불안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홍남기(왼쪽 세번째) 경제부총리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국내 기업들도 수출 전선에 타격을 입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현지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들은 초긴장 상태입니다. 무력충돌의 진원지인 이란에는 국내 건설사가 1곳만 진출해 있으나 이라크에는 현대건설·대우건설·한화건설 등 14개사가 현장을 운영 중입니다. 이라크 비스마야의 신도시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인 한화건설은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되 국내에 입국한 직원들의 이라크 재입국은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해외 건설 수주 규모가 더욱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21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지난 2006년(164억달러) 이후 13년 만의 최저치입니다. 이 때문에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최근 ‘미·이란 충돌사태의 영향과 대응’ 보고서에서 “이라크의 경우 2017년 이슬람국가(IS)와의 종전을 선언한 뒤 대규모 재건사업 수요로 인해 유망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 현지 공사에 차질이 생기고 향후 추가적 건설수주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해운업계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우회 통항로와 비상 하역지를 찾는 등 대책을 분주히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운항을 통제하면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들은 세계 원유 수요량의 약 30%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내보내고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에 달합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동 항로 물동량이 곤두박질칠 것”이라며 “물동량이 5~6%만 감소해도 전 세계 해운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세계 석유 혈관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악몽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발사 장면. /테헤란=AFP연합뉴스


그래도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이 무력이 아닌 경제 제재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 보인다는 점입니다. 국제유가가 4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간 것도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 우려가 다소 잦아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9%(0.52달러) 내린 59.0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로써 WTI는 이번 주 6.4% 낙폭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7월 이후로는 최대 낙폭이라고 합니다.

우리 정부는 연말연시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2020년을 경기 반등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습니다. 부디 이란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이 돼서 정부의 뒷받침을 등에 업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를 호령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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