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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진리의 전체성을 헤아려 역사를 보고 미래 열자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미래의 희망적 측면 강조하되

현실적 위기 등한시해선 안돼

가치·목적의 다름 인정하면서

동북아·세계 정세 변화 파악을





2020년의 새해가 ‘드디어’ 밝았다. 2019년이 많은 공상과학영화들의 미래 시점이었다면, 2020년은 국제정치 및 세계경제의 분야에서 쏟아져 나온 전략보고서들이 주목했던 미래였다. 예를 들어, 1982년에 상영된 ‘블레이드 러너’의 시점이 2019년이었던 반면에, 세종연구소가 2005년에 발간했던 ‘한국의 국가전략 2020’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상으로서의 2020년을 상정하여 그에 대한 외교안보적 차원의 대비책을 논했다. 그런 미래의 시점을 현실로서 직면한다는 것은, 물론 이 또한 ‘1984’년처럼 곧 과거가 되겠지만, 남다른 감회와 각오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우리라.

미래에 대한 얘기는 영험한 능력의 예언과는 달리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대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만들어지고 활용된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영화나 소설의 경우에서처럼 현실에서 나타나는 주요경향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먼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상기한 조지 오웰의 ‘1984’ 외에도 근대의 물질주의를 대표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포드주의’를 겨냥한 올더스 헉슬리의 ‘굉장한 신세계’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둘째는 현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나 안보의 정책분야를 다루어야 하는 사회과학의 전략보고서 및 전망보고서들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나타나는 경향의 추세를 종합적으로 가늠하여 제시하여 그에 대한 정책대응을 제시하는 특징이 있다고 하겠다. 이는 매해 연말쯤 되면 각종 연구기관들로부터 생산되는 차기년도에 대한 단기적인 전망보고서들부터 시작해서 2017년에 작성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의 ‘2050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와 같은 장기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미래얘기가 이처럼 써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래가 불확실성과 등가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리라. 불확실성이란 현재의 불안한 정세를 탈피할 수 있다는 희망도 가져올 수 있지만, 현재의 안정성을 해치는 위기로서도 다가올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60년대에 태동된 미래학이라는 분야는 따라서 근대과학문명이 제시하는 희망적 측면과 함께 근대산업문명이 지니는 한계 및 문제점이 노정되는 시점에서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노력이요 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미래에 대한 꿈 및 희망을 담으면서도 현재, 즉 현실에서 나타나는 위기적 측면과 희망적 측면에 대한 명확하고도 냉철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일본의 동향이 흥미롭다. 한국보다도 동북아 및 세계 정세의 변화를 좀 더 불안하게 보는 일본의 언론계 및 출판계에서 최근 두드러지게 언급하는 주제들 중 하나가 리더십이다. 리더 중에서도 특히 다나카 수상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흥미롭게 생각하는 점은 인물 및 사건에 대해서 종합적, 전체적으로 보려는 노력이다. 다나카 전 수상에 대한 재평가라고 하지만 단순히 그를 영웅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등장했던 70년대 초기의 경제적, 외교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리더십의 요건을 보기 위한 시도들이다. 예를 들어, 신카와(新川敏光) 호세이대 교수는 다나카의 ‘포괄적’ 리더십이 그를 수상의 자리에 앉힘은 물론 석유위기나 미중관계개선 등의 위기적 국면을 타개하게 만들었던 반면에, 그러한 ‘포괄적’ 리더십의 상실이 정계흑막으로의 전락과 이미지 실추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결코 새롭다고 할 수 없는,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는 잊혀진듯한 이와 같은 종합적 접근은 올더스 헉슬리가 제시하는 ‘전체적 진리’를 떠올리게 한다. 스킬라에 의해 죽어간 동료에 대한 슬픔만이 아니라 그 후 찾아온 배고픔에 의해 슬픔을 뒤로 하고 요리를 능숙하게 하는 것까지 진리의 전체성에 포함된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양면성 및 다양성의 인정과 타협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올해의 한일관계도 이러한 진리의 전체성을 고려하여 다름을 인정하고 타협해 나가지 않는다면 연말에 진행된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쉽게 풀려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가치와 목적의 다름을 무조건 폐단으로 몰지 않고 우리가 위치한 동북아의 현실과 추구하는 목적을 실리적으로 고려해 새로운 10년을 열어가는 경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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