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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허영만 "인생도 주식도 어려울 때가 기회…긍정적이어야 성공하죠"

■'주식투자 만화' 개척한 허영만 화백

'3천만원' 이어 시즌2 '6천만원' 연재

투자업계·재야의 고수서 AI까지 섭외

'여의도 타짜' 흥미진진한 스토리 담아

주식도 만화도 배운다고 잘 되진 않아

공부·경험으로 자신만의 방식 터득해야

청년들 일찌감치 경제·기업 관심갖고

투자하는 습관 들이는데 도움됐으면

허영만 화백은 ‘3천만원’·‘6천만원’을 연재하기전 주식관련 서적들을 먼저 섭렵했다. 그가 읽은 책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 화백은 “책마다 얘기가 달라서 주식공부는 글로 배워 될 일이 아니다”라며 “끊임없는 공부와 경험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권욱기자




이번에는 주식투자 만화다. 관상·음식·건강 분야 등에서 ‘전문가 취재 만화’을 잇따라 히트시킨 한국 만화계의 거장 허영만 화백의 새로운 도전이다. 본격 주식투자 만화로 불리는 ‘3천만원’과 ‘6천만원’에서 허 화백은 주식 고수들에게 자신의 돈을 일임해 실전투자를 생중계한다. 전설적인 재야 슈퍼개미들의 투자원칙과 전략, 실패와 성공 스토리도 곁들였다. 이에 더해 ‘주식 초짜’ 허 화백도 직접 매매에 나서 돈을 벌고 잃는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기존에 다뤘던 만화 소재는 연재 이후 수준급이 됐지만 “주식은 정말 모르겠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허 화백이 어쩌다 주식만화를 그리게 됐는지, 그리고 ‘만화의 신(神)’이 약 2년간 깊숙이 들여다본 주식투자는 무엇인지 지난해 말에 서울 강남구 자곡동 작업실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 화백이 실전 주식만화를 떠올린 것은 약 30년 전이었다. ‘공부도 취재도 너무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잠시 접어뒀다가 고수들의 주식투자 생중계라는 방식이 대중의 구미를 당길 것이라는 ‘촉’이 와 지난 2017년 착수했다. 이에 더해 고수들의 풍부한 경험과 남다른 식견은 마르지 않을 이야깃거리라는 점에서 ‘꿩 먹고 알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경제교육이 부족한 한국에서 국민의 관심을 재테크의 한 축인 주식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야심 찬 포부까지 있었다. 허 화백은 “나야말로 수십년간 돈 벌어 집이랑 작업실 사고 남은 돈을 모두 예금에 넣어서 은행만 살찌게 했다”며 “독자들이 주식으로 돈 불리는 법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결심이 서자 그는 유명 주식투자 서적들을 섭렵했다. 그리고 고수 5명을 섭외해 이들에게 600만원씩 총 3,000만의 종잣돈을 본인 주머니에서 내놓고 운용을 맡겼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같은 제도권 고수뿐 아니라 우담선생·하웅·이성호 같은 재야고수, 그리고 쿼터백자산운용의 로보어드바이저 같은 인공지능(AI) 고수도 포함됐다. 독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법률 검토까지 끝낸 뒤 2017년 7월 거래 시작과 함께 ‘3천만원’은 채널예스에 연재됐다. 이후 1년간 운용성적은 31.92%. 같은 기간 코스피는 -5%, 코스닥은 20%의 수익률 기록했다. “주식을 모를 때는 주식투자로 ‘따블’은 나야 한다고 착각했는데 연 20%만 넘어도 굉장히 좋은 성적이더군요.”

독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 자신감이 붙자 배판으로 올려 지금은 시즌2격인 ‘6천만원’을 증권플러스에 연재하고 있다. 허 화백 본인도 1,000만원의 운용을 책임지며 직접 매매에 뛰어들었다. ‘바람의 숲’, 김철광, 손명완, 이정윤 같은 쟁쟁한 슈퍼개미들의 날카로운 시장분석과 투자조언 그리고 흥미진진한 성공투자 스토리까지 더해졌다. 책의 부제는 ‘여의도 타짜’들이다.

허영만 화백이 2020년 증시 강세장을 기원하며 그린 ‘황소’ 그림을 들고 있다. 허 화백은 “악재가 있을 때 투자 기회가 생긴다. 지난 해 워낙 어려운 한 해를 보낸 만큼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권욱기자


현재까지 허 화백의 투자성적은 어떨까. “등산만화 연재 시절에 고(故) 박영석 대장 등과 에베레스트를 등정할 때도 난 올라갈 생각조차 안 했어요. 나같이 하체가 곪은 사람이 별안간 올라가면 에베레스트는 ‘똥산’이 됩니다. 주식도 초보인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대박이 나면 사람들이 주식을 우습게 보지 않겠습니까.” 실은 허 화백뿐 아니라 날고 기는 고수들의 성적도 1편과 달리 그다지 좋지는 않다. 바이오주 랠리와 겹쳤던 ‘3천만원’ 때와 달리 ‘6천만원’은 지난해 4월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증시는 그 후 지난해 말 전까지 하락장이 이어졌다.

허 화백은 지난 2년간 집중적인 자습과 전문가들의 특별과외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주식은 어렵다고 한다. “어떤 책에서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고 분산투자하라고 하고 또 다른 책에는 ‘확신 있는 주식’에 몰아서 투자해야 돈을 번다고 써 있어요. 책마다 얘기가 달라 주식공부는 글로 배워서 될 일이 아니더라고요. 또 어떤 고수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친구한테 공개하는데도 그 친구는 수익을 못 냈습니다. 만화랑 마찬가지지요. 그리는 법을 알려줘도 못 그립니다. 결국 자기만의 투자방식을 터득하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그가 숱한 주식 선수들과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 역시 고수들은 모두 저마다 투자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이다. 스캘핑(초단타투자)이든 가치투자든 각자 돈 버는 방식이 달랐다. 매매에 참여한 한 고수의 경우 초단타투자로 욕도 많이 먹었는데(그는 ‘3천만원’에서 16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허 화백은 “동물적 감각을 가진 사람은 그 방식으로 하면 된다”며 “투자방법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가치투자 고수의 경우 한 번 산 주식은 거의 팔지 않았다. 다른 투자 스타일의 성적은 시기마다 엇갈렸고, 누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고수들의 공통점도 있다. “큰 성공을 거둔 투자자들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한 번쯤은 한강에 다녀왔습니다. 그만큼 주식이란 게 만만한 것은 아니죠.”

허 화백은 시즌2에서 아직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이제 와서야 주식투자를 시작한 데 대한 후회가 크다. “주식을 잘하면 은퇴 이후 라면이 아니라 와인에 스테이크를 먹으며 살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특히 청년들이 어릴 때부터 경제와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 이번 만화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또 은퇴자들에게도 권했다. “주식투자를 해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아침에 눈 뜨면 궁금하고, 장이 열리기 전에 긴장도 되고. 주식투자를 하면 ‘현역’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이 들고 치매도 예방하고 일하고 있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어 노인들에게도 강력하게 권합니다.”

다만 레버리지는 금물이라며 공부를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공부 조금 해서 주식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은 쌀독에 쌀도 채워 넣지 않고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뒤늦게 재테크에 눈을 뜬 허 화백이지만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인 부동산 투자에는 영 관심이 없다. 주식 상승의 논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파트 값은 왜 오르는지 도통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빌라에 살고 있는데 참 좋습니다. 그런데 빌라 값은 떨어지고 박스에 사는 것 같은 아파트 값은 오르는 심리를 모르겠어요. 이제 내 인생에서 부동산 구매는 ‘묫자리’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웃음).”

4년째 실전 주식투자 만화를 그리고 있는 허영만 화백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보다는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진=권욱기자


그가 보는 경자년(庚子年) 증시 전망은 어떨까. “최근 미중 무역합의로 반짝 좋아지기는 했는데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 대통령선거라는 큰 변수도 남아 있습니다. ‘몰빵’하지 말고 흩뜨려놓되 대북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난해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올해는 좀 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은 국내 개미투자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악재가 있을 때 투자기회가 생깁니다. 어려울 때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따는 날이 있으면 잃는 날도 있는 것 또한 공통점이지요. 긍정적이어야 주식도 인생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6천만원’ 연재 이후 3일 기준 허 화백의 수익률은 0.23%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27%, 코스닥지수는 -10.6%를 기록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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