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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소비자들 눈높이는 프리미엄인데...타깃 마케팅 못하는 우리기업

K뷰티 '과거의 영광'에 취해

가성비 전략 치중하다 '쓴맛'

현대·기아차는 세단만 고집

현지 SUV선호 변화 못읽어

고부가상품 등 필살기 없어

중국 기업들에 역전 빌미도

LG생활건강(051900)은 지난해 중저가 브랜드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등의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14억 내수 시장의 ‘과실’을 맛보기 위해 야심 차게 도전했지만 ‘만리장성’의 높은 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문이지만 속을 살펴보면 단순히 이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K뷰티 업계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핵심 고객층인 젊은 중국 여성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더 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초기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중국 여성 고객들은 빠르게 오프라인을 건너뛰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전 세계 브랜드들의 가격 대비 성능을 실시간으로 따져가는 패턴으로 변화한 것이다. 하지만 K뷰티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고성장 시장에서 성숙 시장으로 변해가는 중국의 시장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추풍낙엽’ 신세다. ‘가성비’에만 치우쳐 프리미엄 브랜드 선호 성향 변화 등을 감지하지 못해 현지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뛰어난 가성비로 베이징 시내 택시 시장을 싹쓸이하며 중국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올렸던 현대·기아차(000270)의 올 3·4분기 점유율은 4%대로 추락했다. 근본적으로 중국 내수 시장이 정체하고 있는 탓이 크지만 중국 사업의 전략적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중국 소비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꽂히기 시작했는데도 세단 중심의 제품군을 고집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2년 14.3%에 불과했던 중국시장 SUV 판매 비중은 2017년 42.4%, 2018년 42.6%로 급증했다. 하지만 현대차(005380)의 중국시장 내 SUV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30.4%, 36.4%에 머물렀다. 기아차의 SUV 판매 비중은 더 낮은 23.7%, 28.3%였다.







중국 현지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외국산’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브랜드 전략도 실패 원인이다. 한때 중국 시장 점유율 20%로 1위를 기록했던 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은 지난 2017년 점유율이 급격하게 무너졌다. 2018년엔 시장 점유율 0.8%로 떨어졌고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졌다. 심윤섭 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중저가 제품군을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실패했고, 고가 라인 판매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며 “현대차 역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택시의 대명사가 되면서 고급 브랜드를 찾는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현지 기업들의 성장 속도를 과소평가해 역전의 빌미를 내주기도 했다. 이마트는 중국 진출 초기인 1990년대 상하이를 중심으로 점포 확장 전략을 폈다. 당시 별다른 경쟁자가 없던 이마트의 대형 할인매장은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사업모델을 베낀 현지 경쟁업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사정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상하이 어느 지역에서든 1.5㎞ 반경 내에 대형마트가 있을 정도였다. 이들은 한국 업체들과 비슷한 형태의 점포를 열면서 자국 프리미엄을 활용해 더욱 저렴하게 상품을 조달했고,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관계)’ 문화 이점을 살려 한국 업체들보다 낮은 임대료에 점포 계약을 했다. 한국 업체들은 가격과 비용 경쟁력에서 현지 업체들에 뒤처지기 시작했고 ‘차이나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야만 했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이마트를 비롯한 국내 유통업체들은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 전략을 편 현지 업체들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며 “한국 마트들에서만 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 즉 필살기가 없었던 것이 패착”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정치적 리스크’도 한국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사드 보복’과 같은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무역 무기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자국 기업에 유리한 중국 정부정책, 미·중 무역 분쟁 등 산재한 이슈들이 부담을 더하고 있다. 현대차는 당초 중국 내 4번째 공장인 창저우 허베이 4공장을 지을 생각이 없었다. 현대차가 애초 원했던 중국 네 번째 공장은 현재 다섯 번째 공장 입지로 밀린 서부지역 중심 충칭이었다. 하지만 일자리와 세수를 위해 공장을 세워 달라는 허베이성의 제안을 물리치기 어려웠다. 최종 승인을 해줘야 하는 중앙정부도 허베이성의 이런 반발을 의식해 차일피일 승인을 미뤘다. 현대차는 ‘울며 겨자먹기’로 허베이 4공장을 지어 충칭 공장에 대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롯데 선양 프로젝트도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된 대표 사례다. 롯데가 2조~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던 랴오닝성의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사드 배치 직후인 2016년 12월부터 중국 당국이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공사를 불허한 탓에 1조5,000억원가량의 피해를 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이제 단기적인 전략에 좌지우지되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중국 시장을 한국 입장에서 외면할 수도 없는 만큼 기술 경쟁력을 높여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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