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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스웨덴 번영 낳은 노사정 대타협

1938년 살트셰바덴 협약

스웨덴 경영자총연합회와 노조 대표가 1938년 12월20일 스톡홀름의 살트셰바덴호텔에서 노사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북유럽은 부유하다. 다른 북유럽 국가보다 평균소득이 다소 떨어진다는 스웨덴이 약 6만달러선. 세계 10위권이다. 외형 소득은 노르웨이나 덴마크보다 다소 처지지만 여러 측면에서 스웨덴 사회는 건강하다. 북해유전 같은 천연자원의 선물이 없어도 스웨덴은 고소득과 첨단기술을 자랑한다. 자동차에서 전투기까지 생산하는 만능 공업국이기도 하다. 경제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정 자본주의를 어느 나라보다 앞서 실험하고 성공한 국가다. 스웨덴식 경제는 정글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미래의 대안으로도 손꼽힌다.

스웨덴은 애초부터 잘나갔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거대한 자원도 축적된 자본도 없던 스웨덴은 20세기 초까지 ‘북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았다. 유럽 최빈국으로 실업률이 40%까지 치솟고 기업인들은 파업에 진저리를 쳤다. 가난과 굶주림을 피하려 국민들은 이민선에 올랐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스웨덴 인구의 3분의1에 가까운 사람들이 미국행 편도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경찰이 아니라 군대가 막는 과정에서 1931년에는 임산부를 포함한 5명이 죽는 사고까지 터졌다.



곧 망할 것 같던 스웨덴은 1938년 12월20일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의 강권으로 경영자총연합회(SAF)는 노조가 파업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산별노조를 수용하고 고용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살트셰바덴호텔에서의 노사합의에 이르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불신에 빠진 노사가 말씨름만 되풀이할 때, 사회민주당 정부가 적극 나섰다. 지지 기반인 노조에 파업금지법을 만들겠다고 압박하고 사측에는 직장폐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살트셰바덴 협약은 노사 모두에 승리를 안겼다. 사측은 노조의 경영 참여를 주저했으나 막상 책임이 주어지자 파업이 거의 사라졌다.

장외투쟁의 에너지가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하며 사회까지 바뀌었다. 기업은 성장의 과실을 세금과 기부를 통해 사회에 내놓아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선순환구조가 자리 잡았다. 군나르 뮈르달 같은 세계적 석학들도 증세와 정부 부분의 공공투자 확대정책을 연구하며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정착을 거들었다. 한국판 살트셰바덴 협약이 나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힘센 노조일수록 기득권을 지키려 사측과 야합하는 경향이 짙다. 학계와 언론은 경제보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킨다. 거대기업은 상생모델보다는 스웨덴 기업의 가업승계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살트셰바덴 협약 이전의 스웨덴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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