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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세금 일자리가 만든 착시...'23년만에 최고 고용률'의 이면





민간이 아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들어내는 ‘세금 일자리’가 심각한 고용지표 착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력 세대인 3040 일자리와 제조업 일자리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데 노인 일자리가 늘면서 전체 고용 상황이 개선되는 것처럼 나타나는 겁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이곳저곳 ‘투잡’을 뛰는 단기간 쪼개기 일자리도 급증했습니다.

통계청은 지난 11일 ‘11월 고용동향’을 발표했습니다. 전체 취업자 수는 2,75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3만1,000명 늘었습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1.7%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오르며 11월 기준으로 1996년(61.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실업률도 3.1%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떨어졌고요. 그러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취업자,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개선됐다”며 반겼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회복 흐름이 공고히 자리매김했다”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개선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겉만 보면 홍 부총리 말대로 고용 회복이 ‘공고히 자리매김’한 듯합니다. 하지만 산업별, 연령별 일자리 등 속을 뜯어보면 과연 우리나라 고용시장이 정상 궤도 내에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노인 일자리만 급증하고, 최저임금 급등 등으로 고용주가 추가 고용을 꺼리면서 단시간 쪼개기 일자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만 취업자 수가 전년대비 40만8,000명 크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우리 경제 허리 격인 40대 취업자 수는 17만9,000명 감소했습니다. 지난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40대 취업자 수는 48개월째 줄어들고 있으며 11월 고용률도 전년대비 1.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40대 고용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지난 2009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40대 고용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과 199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이라고 전했습니다. 산업별로 봐도 정부 재정이 많이 투입되는 사회복지서비스업이 13만5,000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반면 제조업은 2만6,000명 감소하며 20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을 세웠습니다.





쪼개기 일자리도 급증했습니다.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는 38만6,000명 증가하면서 2011년 9월(134만6,000명) 이후 최대로 늘었습니다. 당시 2011년 9월은 추석 연휴로 일주일에 일할 수 있는 기간이 3일에 그친 데 따른 특수 요인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라는 게 통계청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용지표 흐름에 적지 않은 우려를 보냅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10월까지 30∼50대 남성 고용률이 계속 하락했는데 이것이 경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라며 “단기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고 했는데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 17시간 미만”이라고 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자리는 40대를 중심으로 거의 박살이 났다”며 “예컨대 주 50시간 일자리가 있었는데 이는 사라지고 정부 지원으로 10시간짜리, 5시간짜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고용률이나 취업자 수는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고용시장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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