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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맛점으로 끝"…밀레니얼 세대 '정오의 송년회'

  워라밸 중시 문화 확산에

  영화·공연 문화송년회로

  酒인공 없는 회식이 대세

  연탄 전달 등 자원봉사도





“바다에 표류하다 들어온 외국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중공업 대기업에서 팀장으로 있는 김모(45)씨는 올해 송년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회식 제안에 대한 팀원들의 차가운 반응 탓이다. 김씨는 ‘주(酒)인공’이 있는 저녁 회식을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팀원들은 “점심식사나 간단하게 하시죠”라며 별 기대를 안 하는 눈치였다. 김씨는 “송년회는 일상적 음주가 아닌 우의를 다지는 특별한 이벤트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석유화학 회사는 올해 사업부문 단위의 대규모 송년회를 없앴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박모(34) 대리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사업부문 대신 조촐한 인원들끼리 팀 단위로 모여 분위기 좋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 송년회를 갖기로 했다”며 “일부 팀은 ‘김치 담그기’ ‘연탄 전달’과 같은 자원봉사로 송년회를 대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2019년 송년회 분위기가 급변했다. 직장 동료들과 ‘부어라 마셔라’하며 함께 취해가는 송년회는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 빈자리를 ‘맛점(맛있는 점심)’ 송년회가 채우고 있다. 영화·공연 등을 같이 보는 이벤트성 송년회도 옛말이 됐다. 이제는 ‘회사 송년회는 짧을수록 좋다’는 공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끈 것은 사회 초년병인 ‘밀레니얼 세대’들로, 이들이 회사에 들어가면서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힘을 더하고 있다. 통계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3,1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원하는 직장 송년회의 형식은 ‘회사 부근에서의 간단한 점심(33.3%)’이 가장 많았고 이어 ‘분위기 있는 곳에서의 저녁식사(20.5%)’ ‘영화, 공연, 스포츠 경기 관람(15%)’ 등의 순이었다. ‘음주 중심의 회식’은 13.9%에 그쳤다.

그렇다고 직장인들이 무작정 음주 송년회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상사들과 하지 않을 뿐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회식 문화가 놀이 문화로 바뀌면서 마음이 맞는 지인들끼리는 더욱 긴밀하게 친목을 다진다. 서울 구로구의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황모(33)씨의 경우 스마트폰 12월 스케줄 표가 송년 모임으로 가득 차 있다. 다만 회사 관련 모임은 한 건도 없다. 그는 “대학 선후배, 동호회 등 지인들과 편하게 마시는 자리가 좋아 그런 약속들만 잡는다”며 “간소하게 홈파티를 하거나 파인다이닝(fine dining·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황씨는 “매일 사무실에서 보는 회사 사람들과 굳이 소중한 연말에 저녁 시간까지 내서 봐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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