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43> 온라인쇼핑 붐 타고 中택배산업 34배 고속성장…저임금 구조는 숙제

■ '민간 허용 10년' 현주소는

배송비용 최소화로 알리바바 등 안착 '일등공신'

풍부한 소비자·값싼 노동력 안주...성장 갈수록 둔화

'하청에 재하청' 후진적 시스템도 대형화 가로막아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퉁루현 소재 ‘중퉁’의 한 택배 집배소에서 배달원이 물건을 트럭에 싣고 있다. 중국 택배산업은 알리바바가 붐을 일으킨 온라인 쇼핑과 결합하면서 급성장했다. 다만 영세한 기업규모와 배달원의 저임금은 산업 확대의 장애가 되고 있다. /퉁루=최수문기자




중국의 최대 온라인 쇼핑 시즌인 ‘광군제’ 행사 다음날인 지난달 12일 저녁. 장융 알리바바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본사가 있는 저장성 항저우 인근의 중국 주요 택배기업들인 ‘3퉁1다(선퉁·위안퉁·중퉁·윈다)’의 사업장을 방문했다. 장 회장은 이들 회사 대표들과 한 명 한 명 인사하고 직원들도 격려했다. 장 회장은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광군제가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이들 택배기업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상품을 중국 전역으로 배송하는 회사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11일 광군제 하루 동안 무려 12억개의 물건을 팔았다.

반면 중국 택배기사의 수입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다. 중국 매체인 ‘노동보’의 집계에 따르면 300만명가량인 중국 택배기사들의 평균 월급은 5,000위안(약 85만원)에 불과하다. 배달원은 택배 하나에 대략 1~2위안(약 170~34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하루 200건을 한달간 꼬박 배달해야 월급이 겨우 1만위안을 넘길 수 있다. 오전7부터 시작한 업무는 오후7시까지 12시간가량 지속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산업이 결국 택배기사들의 저임금으로 유지되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 붐을 타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국 택배산업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충격에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과 함께 택배인력의 저임금체계 유지가 점차 어려워지면서다. 중국의 고질적인 지역주의 영향으로 택배 업계가 지역 분할된 것도 택배 경쟁력을 갉아먹는 원인 중 하나다. 물론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전자상거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여전히 택배업의 전망은 밝다. 무역전쟁을 기회로 해외 택배업체의 중국 시장 진입을 막고 자체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것도 중국 택배산업으로서는 유리한 상황이다.

중국 택배산업이 급성장한 것은 2000년 이후다. 중국에서 택배는 국가 우정국(한국의 우체국)의 독점사업이었다. 1986년 우정법이 제정됐는데 여기에서 택배를 국영사업으로 지정했다. 경제운용에 필수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관료적인 시스템은 일반 택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경제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민영 택배회사들이 등장했다. 중국 내 5대 택배회사 중 하나인 순펑과 선퉁이 설립된 것은 모두 1993년이다. 해외 물류도 활성화된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대외개방에 나서면서 2005년 물류와 택배시장에 외국계 기업들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페덱스·DHL 등이 이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택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리바바와 택배산업의 만남이다. 전자상거래를 위해서는 신속 정확한 배송이 핵심임을 인지한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은 택배회사를 먼저 찾았다. 그는 2005년 중국 우정국을 방문해 제휴를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까지도 중국에 생소한 ‘특급배송’을 우정 당국자에게 이해시키기가 어려웠고 결국 요청은 거절됐다.

마윈이 찾은 대안은 인근에 있던 민영 택배회사들이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에서도 변두리인 퉁루현은 농지가 척박해 주민들이 택배 일을 많이 했는데 이것이 알리바바의 수요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퉁루현 택배회사들은 알리바바의 일거리를 따내며 도약한다. ‘3퉁1다’로 불리는 선퉁·위안퉁·중퉁·윈다 등 4개 회사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 내 5대 택배기업 가운데 순펑을 뺀 이들 4개 회사의 주고객이 알리바바와 그 계열사다.

알리바바에 이어 징둥·쑤닝 등 전자상거래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택배 수요도 증가했다. 하지만 관련 제도의 미비가 문제가 됐다. 택배기업이라는 실체는 있는데 법 규정이 없는 상태가 수십년간 계속됐다. 2009년 10월에야 ‘신우정법’이 실시되면서 택배기업의 지위가 법적으로 인정됐다. 택배기업의 법적 지위가 확인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 민영 택배기업의 역사는 올해로 겨우 10년인 셈이다. 중국 택배업이 여전히 낮은 경영 수준에 있는 이유다.

그나마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을 택배 왕국으로 만든 것은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거꾸로 배송비용을 극히 낮춘 중국식 민영 택배 서비스가 아니었다면 알리바바 등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지금과 같이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던컨 클라크의 책 ‘알리바바’에 따르면 중퉁의 공동설립자인 라이젠파는 “택배업체는 프로펠러다. 우리는 알리바바의 빠른 발전이 있게 한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적 결함도 여기에서 파생했다.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택배기업들은 인건비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했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는 이들 택배기사의 생활을 보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최저가를 부르는 택배기업을 고용하기만 하면 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3년 택배 한 건당 15.7위안의 수입이 가능했는데 5년 후인 2018년에는 11.9위안으로 무려 24.2%가 줄어들었다. 농촌 출신의 풍부한 저임금 인력들이 알리바바의 사업을 떠받치는 셈이다. 또 택배 물량이 점점 소량으로 쪼개지면서 단가가 하락하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제약요인에도 불구하고 중국 택배산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중국 전체 택배 건수는 507억1,000만건으로, 민영 택배기업이 법적으로 허용되기 직전 연도인 2008년의 15억1,000만건과 비교해 10년 사이 34배가 늘었다. 또 1998년(8,000만건)과 비교해서도 20년 만에 634배나 증가했다. 2018년 택배 건수는 전년 대비 26.6%, 금액(6,038억위안, 약 102조원)으로는 21.8% 각각 늘어났다.

다만 증가세는 최근 주춤하고 있다. 2013년 택배 건수는 전년 대비 61.6% 많아졌는데 성장세는 매년 10%씩 둔화됐다. 또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택배 건수도 496억6,000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0% 늘어났을 뿐이다. 이는 경기둔화와 시장포화에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중국 택배시장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4억 인구에서 1인당 택배가 아직 한 달에 3건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다. 여전히 농촌 지역에서는 택배가 불편한 곳이 많아 활동 여하에 따라 시장이 확장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중국은 아직도 1인당 소득이 1만달러 수준이다.

택배산업은 대규모 인력을 고용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에서도 중점 관리 대상이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춘제(한국의 설)를 앞둔 지난 2월1일 베이징의 한 후퉁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부러 택배기사들을 만나 “춘제에 고향에 갈 수 있느냐”고 묻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 모습은 중국중앙(CC)TV를 통해 전국에 중계됐다.

현재 중국 택배산업은 전환기에 서 있다. 중국 내 풍부한 소비자와 저임금 노동에 택배기업들이 안주하다 보니 시스템은 여전히 뒤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이나 서구에서는 택배회사가 화물을 맡은 뒤 최종 배송지까지 전달한다. 이와 달리 중국의 대형 택배회사는 화물을 배송지와 가까운 ‘집배소’까지 전달하는 것으로 일이 끝난다. 집배소에서 최종 배송지까지 물건을 운반하는 것은 각지의 제휴 운송업체(네트워크 파트너)의 몫이다.

이런 구조는 중국 지방정부 간에 여전히 존재하는 지역주의 때문이다. 택배업 자체가 초기자본이 거의 들지 않다 보니 중국의 각 도시에서는 소규모 운송업체가 난립했다. 지방정부 간에 협조가 되지 않아 성 경계를 넘어 영업하는 물류기업의 육성이 늦었다. 규제 완화에 따라 2000년대 들어서야 전국적 사업을 영위하는 택배업체가 나왔지만 여전히 각 지역에 존재하는 풀뿌리 택배업체를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택배업에서도 하청에 재하청이 이뤄지는 셈이다. 중국 택배기업이 해외처럼 대형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중국 소비시장의 거대한 규모가 오프라인 유통보다 온라인 유통에 유리한 면이 있다”면서도 “중국의 복잡한 유통구조가 외국기업의 로컬시장 진출과 경쟁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배송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해외 배송의 80% 이상은 페덱스·DHL ·UPS 등 미국계 기업이 장악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도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근 중국 당국이 중국택배법을 위반했다며 페덱스를 수사한 사건은 해외 택배기업과도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5월 페덱스가 화웨이의 화물을 엉뚱한 데로 보냈다는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등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