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美, 이란에 유화 제스처...中·러로 총구 돌리나

美-이란, 핵합의 이후 4년만에

스위스서 억류학자 1대1 맞교환

트럼프도 "함께할수 있다" 트윗

에스퍼 국방 중동 추가파병 부인

中·러 '수정주의 열강' 규정하며

군사력 초점 亞太로 이동 시사





미국 군사력의 무게중심이 중동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각각 억류했던 상대국 학자를 한 명씩 맞교환하는 등 중동 지역에 대한 유화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방 수장이 직접적으로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는 발언을 내놓는 등 미군 전략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중동 지역에 총구를 겨누던 미국이 국방 전략 목표와 우선순위를 중국과 러시아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이란 외무부는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란인 과학자 마수드 솔레이마니의 신병을 미국 측에서 넘겨받았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통해 “간첩이라는 구실로 3년여간 이란에 갇혔던 왕시웨가 미국으로 귀국하는 중”이라고 밝혀 양국이 억류된 인사를 맞교환했음을 확인했다.

이날 미국 정부에서는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대(對)이란 특별대표가 솔레이마니를 데리고 취리히에 도착해 그를 넘기고 왕시웨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란에서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직접 취리히로 가 솔레이마니의 귀국을 축하했다.

이란의 저명한 생명과학자 솔레이마니는 지난해 10월 미네소타주 메이오클리닉에 방문교수 자격으로 미국에 갔다가 미 당국의 허가 없이 줄기세포 관련 물질을 이란으로 수출하려 한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생인 왕시웨는 이란의 19세기 카자르 왕조 관련 연구논문을 쓰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다가 외국 정보기관에 기밀문서 4,500건을 빼내려 했다는 간첩 혐의로 2016년 8월 체포된 뒤 이란 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를 맞교환한 것은 2016년 1월 이후 거의 4년 만이다. 당시 양국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행일에 맞춰 미국인 4명과 이란인 7명을 맞교환했다.

지난해 5월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 파기 이후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나온 이번 조치가 양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작용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란이 최근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한 데 대한 국제적 비난을 무마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이번 억류자 맞교환을 계기로 대화 분위기 조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보라, 우리는 함께 합의할 수 있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란 정부가 이 문제에 건설적으로 임한 점이 기쁘다”며 매우 이례적으로 이란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미국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동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사망”이라고 선언했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도 3개월 만에 다시 공식 재개하는 등 미국의 중동 지역에 대한 유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군한다고 밝혔으며 미 국방부는 중동에 최대 1만4,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정부, 방산, 군사 관리들의 연례 모임인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미 군사력의 초점을 중러와 경쟁하는 쪽으로 이동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날 에스퍼 장관이 “중동에서 안보 위협이 쌓여가고 있지만 저의 전략적 목표와 우선순위는 사실상 미국의 군사패권에 대한 중러의 도전을 견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러를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세계 질서를 흔드는 ‘오늘날의 수정주의 열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은 전날에도 중동에서 군사자원을 빼내 중러로 초점을 이동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지속적으로 병력과 장비를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거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해 중러를 견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포린폴리시(FP)는 전현직 국방관리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대테러전에서 중러 등 군사강국 대응으로의 전략 변화에 따른 새로운 무기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보유 중인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상당수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호크가 중동 지역의 대테러전에는 유용하지만 첨단 방공능력을 갖춘 중러의 위협에 대처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