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초동 야단법석] 공정위에 '1조 소송' 완패한 퀄컴... 뭘 갑질했길래?

4일 서울고법 첫 재판서 사실상 완패

휴대폰 제조사에 불이익 강제 인정

美본사, 대법서 소송 2라운드 예고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19’에 참가한 퀄컴 전시관.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법정.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 재판장의 최종 선고 앞에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사인 퀄컴 측과 공정거래위원회 측 대리인단의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했다. 재판부가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1조원대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퀄컴의 사실상 완패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퀄컴과 공정위 간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공정위가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에 부과한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모두 인정했다.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 등에 모뎀 칩셋 부문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이른바 ‘갑질’을 한 게 맞다고 본 것이다. 공정거래 소송은 기업활동의 특성상 공정위 처분의 적법 여부를 신속히 확정해야 하는 필요성에 따라 서울고법이 1심을 맡고 대법원이 2심을 맡는 ‘2심제’로 운영된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12월 퀄컴이 시장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며 역대 최대인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의 특허권 제공 방식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지난 2017년 2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날 2년10개월 만에 첫 판결을 내놓았다. 이 재판은 LG전자와 미국 인텔, 중국 화웨이, 대만 미디어텍 등 국내외 주요 전자 기업들이 소송 보조 참가인으로 가세하면서 이른바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재판에서 다뤄진 퀄컴의 주요 ‘갑질’ 행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자신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제공을 거절·제한한 행위 △휴대폰 제조사들과 특허 계약 체결 시 모뎀 칩셋 공급계약을 연계한 행위 △휴대폰 제조사와의 특허 계약에 포괄적 라이선스, 휴대폰 가격 기준 실시료 등의 조건을 건 행위 등이다.

이중 핵심은 첫 번째 행위였다. 공정위는 퀄컴이 SEP를 경쟁 모뎀 칩셋 제조사에 불공정하게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휴대폰 제조에 필수적인 특허인 SEP는 일반 특허와 달리 쓰고자 하는 사업자에게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이 부분에 대해 1심 재판부 역시 공정위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우선 퀄컴의 시장을 ‘CDMA, WCDMA, LTE 등 각 통신표준에 포함된 특허 중 원고들이 보유한 전체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세계시장’으로 보고 “시장지배적 지위자가 맞다”고 결론 내렸다. 이 지위를 활용해 정상 거래를 벗어난 조건을 경쟁 모뎀 칩셋 제조사에 제시하는 바람에 경쟁사의 비용을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또 표준별 모뎀 칩셋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거래 상대방인 휴대폰 제조사에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행을 강제시켜 불이익을 준 두 번째 행위의 불법성도 인정했다. 이 두 행위에 대한 판단 만으로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퀄컴과 계열사들은 경쟁 모뎀 칩셋 제조사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시장을 봉쇄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다”고 꼬집었다.

고법 재판부는 휴대폰 제조사와의 특허 계약 때 포괄적 라이선스, 휴대폰 가격 기준 실시료 등의 조건을 건 퀄컴의 세 번째 행위에는 위법이 없다고 봤다. 공정위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 시정명령 10가지 가운데 4개 조항엔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다만 세 번째 행위에 대한 판단은 전체 과징금 액수를 바꾸는 변수까지 되진 못했다.

법원 판단이 나오자 미국의 퀄컴 본사는 이례적으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곧바로 냈다. 퀄컴 본사는 “우리는 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즉시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재판에 참여하는 한 변호사는 “퀄컴 입장에서 1조원이라는 돈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액수이지만 이번 법원 판단으로 제조사들과의 계약 구조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위험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시장 책정부터 고법 판단의 모든 것이 잘못됐다는 입장으로 대법원에서 다툴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