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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아이 달래는 묘약?…누가 스마트폰 중독으로 만든걸까[5분 다큐]





저는 17개월 된 딸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절대. 절대. 절대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유별난’ 엄마기도 했죠. 그런데 웬걸? 지금은 항상 스마트폰을 풀 충전하고 다닙니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즉각 보여주기 위해서지요.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는 ‘뽀로로’와 ‘타요’만 틀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칩니다. 우리 아이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걸까요. 혹시 제가 중독된 건 아닐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습니다. 어른도 많이 보면 안 좋다는데 아이들이 봐서 좋을 일이 뭐가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틀어주는 부모들도 이 사실은 잘 압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종종 스마트폰으로 뽀로로 등의 영상을 틀어 아이들에게 쥐어 싶다는 강력한 유혹에 빠집니다. 울거나 투정부리는 아이를 달래는데 이토록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마트폰이 아이에게 미치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더 심각합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등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통해 재생되는 화려한 영상은 아이의 발달, 특히 언어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2~3세 영유아가 스마트폰에 노출이 많이 된 경우 4~5세가 됐을 때 어휘력이나 언어 발달 점수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방수영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교 교수는 “아이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려면 누군가 적시에 적절한 자극을 줘서 상호 작용을 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아이가 스마트 기기에 몰두하게 되면 자극이 한 방향만으로 흐르게 되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 발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언어 발달은 다른 발달의 근간이 되기에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다른 부작용이 있지는 않을지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극에 취약한 아이들의 경우 이른바 ‘스마트폰 중독’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합니다. 일례로 스마트폰용 영상 플랫폼이 가진 자동재생 기능은 아이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만듭니다. 연속해서 재생되는 콘텐츠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하나의 영상이 끝나도 ‘끝났다’고 여기기 보다는 ‘잠깐 멈췄네’ 라고 인지해 빨리 다음 편을 보여달라 엄마를 조르죠. 아이의 투정에 지친 엄마는 결국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듭니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

“스마트 기기에서 나오는 영상은 어른이 봐도 푹 빠질 정도로 재밌기 때문에 엄마가 옆에서 아무리 자극을 주려고 노력해도 아이로서는 당장 더 재밌는 영상물만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엄마와의 상호작용보다는 스마트 기기의 일방적인 자극에 익숙해 지고 언어 발달이 지체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죠.”

방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는 “스마트 기기뿐 아니라 TV 등의 영상물을 배경으로 틀어만 놔도 엄마와의 상호작용이 줄어들었다는 연구가 있다”며 아이가 어릴 수록 디지털 기기를 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떼어놓아야 한다”고 권하지만 엄마들이 이를 따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미 스마트폰 영상에 푹 빠져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뺏기란 쉽지 않거든요. 그렇기에 엄마들은 그나마 덜 자극적인, 교육적이라고 분류된 콘텐츠를 틀어주면 낫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폭력적인 영상을 마구잡이로 틀어주는 것보다야 낫다지만 이런 행동도 정답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영상물에 대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려면 옆에 부모가 꼭 붙어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방 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 좋은 걸 주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시는데, 정작 콘텐츠는 아무거나 틀어주고 가만히 놔두신다는 건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며 “아무리 교육적인 콘텐츠라 해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지, 단순히 자극적이기만 한 건지는 옆에서 함께 보고 있어야만 챙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 교수는 끝으로 스마트폰을 자꾸만 틀어주는 부모가 있다면 그 부모의 정서에 이상이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우울 정도가 높을 수록 아이에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 방 교수는 “‘스마트폰을 틀어줘야 내가 좀 살겠다’고 생각하시는 부모가 있으시다면 양육이나 여러 환경에서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서가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살필 필요가 있다”며 “아이를 키울 에너지가 부족할 때 스마트폰을 틀어주고 아이를 방치하는 경향이 높아지는데 주변에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펴낸 가이드라인을 통해 스마트폰 영상물은 가급적 아예 보여주지 않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이롭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2살 까지는 부모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워낙 중요하므로 영상물을 틀어 아이를 방치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말하죠. 더불어 1시간 이상 연속적으로 영상을 시청하게 하는 일은 절대 피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너무 힘든 한국의 부모들이 WHO 가이드라인을 100% 따르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보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하려면 부모님들의 마음도 더 단단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글=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영상제작=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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