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팝컬처] 장르 버무린 한류 콘텐츠, 세계 주류로

■ 글로벌 트렌드 이끄는 K드라마·무비

'기생충' 내년 오스카상 수상 기대감 업

KBS '굿닥터' 등 美서 리메이크도 인기

로멘스·판타지 넘나드는 '장르 융합' 매력

북미 '아시안 파워' 세지며 관심도 커져

"K콘텐츠, 안주 말고 더 큰 상상력 펼쳐야"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 영화의 세계적인 위상을 입증한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5월 한국 영화 최초로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이다. 최근 이 작품은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 격인 전미비평가위원회(NBR) 시상에서도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선정돼, 내년 2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의 수상 전망을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 작품은 오스카상 수상은 물론이고 수상 후보에 오른 일도 없었다.

K팝이 ‘팝의 본고장’인 북미와 유럽을 강타했듯 K드라마와 K무비가 세계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리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콘텐츠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진작에 우수성을 인정받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문화콘텐츠의 중심인 할리우드 등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으며 날개를 달았다.

영화계에서는 ‘기생충’이 각종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올해 북미 지역에서 개봉한 비(非)영어 영화 가운데 흥행 신기록을 세워 주목받고 있으며, 올 초에는 정병길 감독이 연출한 액션영화 ‘악녀’가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미국 드라마로 재탄생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현재 미 ABC방송에서 방영 중인 ‘굿 닥터 시즌3’는 2013년 KBS 드라마 ‘굿 닥터’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2017년 9월 방영된 시즌 1은 최근 3년간 ABC 전체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 2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라이브’의 미국 리메이크도 결정됐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는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그리고 JTBC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적극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수혈 중이다.

미국 드라마로 리메이크가 확정된 tvN 드라마 ‘라이브’./사진제공=tvN


◇K콘텐츠의 매력은…장르의 융합·감정 서사 집중=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는 K무비와 K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먼저 ‘장르의 융합’이 꼽힌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로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을 받는다. 여기에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 깊이를 더한다. 봉 감독의 영화는 특정 장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복합적이다. “봉준호는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됐다”는 찬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10~40대 여성들이 열광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여전히 한국 드라마 인기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최근 사랑받은 드라마들은 장르물이라고 해도 그 안에 로맨스가 있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등 카테고리를 나눌 수 없는 복합 장르물인 경우가 많았다. 최근 미국에서 리메이크가 결정된 ‘라이브’의 경우 장르물처럼 보이지만 휴머니즘이 있고, tvN 드라마 ‘도깨비’ 역시 로맨스물이면서도 판타지, 휴머니즘, 사극 등 다양한 요소가 뒤섞여있어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한다. 미국에서도 최근 드라마와 코미디가 합쳐진 ‘드라메디’가 인기를 끄는 등 다양성과 장르의 융합이 콘텐츠 시장에서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면서 한국 드라마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드라마 작가들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미국 드라마에서 남녀의 사랑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비해 한국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감정 서사에 훨씬 더 집중한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한국 드라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서사적이고, 잔잔한 감정을 많이 다룬다는 평을 받는다”며 “미드와 똑같은 내용을 다루더라도 이야기 전개 방식이 다른 만큼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전 세계적인 K팝의 인기 역시 K콘텐츠 확산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다만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현 스튜디오드래곤 글로벌사업부문 총괄 상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는 한국 드라마 작가들이 16부작이라는 틀에 이야기를 가두거나 예산에 얽매이지 말고 더 큰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매우 흔한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그 뒤의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미 영화·드라마 속 달라진 아시안들= 한국 콘텐츠가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북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시아를 조명한 큰 흐름도 한몫한다.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아시아 작가·배우가 참여한 작품으로 북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지난해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나 영화 ‘서치’ 등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의 흥행 성공도 아시안 파워를 증명했다.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이터널스’에 캐스팅된 배우 마동석(오른쪽)이 지난 7월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문화 콘텐츠 페스티벌 ‘2019 코믹콘’ 행사에서 영화에 함께 출연할 예정인 연기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마동석 인스타그램


최근에는 한국 배우 마동석이 처음으로 마블 영화 ‘이터널즈’의 주연 자리를 차지했다. 정민아 영화평론가는 “아시아계는 그동안 의사, 천재 과학자 등 유약하지만 머리 좋은 이미지로 소비됐지만 마동석 배우의 캐스팅은 이런 고정관념을 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이어 “할리우드 영화계가 소수자를 캐스팅하는 것이 세계 관객에게 어필한다는 점을 느낀 것”이라며 “블랙팬서, 캡틴마블이 세계적으로 흥행한 것처럼 새로운 영웅을 보고 싶어하는 욕망과 맞아 떨어진 부분도 있다”고 평했다.

드라마에서도 아시아계가 주인공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의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가족들이 주인공이다.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아시아계가 주역을 맡은 이 드라마는 시즌을 거듭하며 큰 사랑을 받아 2020년 4월 시즌4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서울드라마어워즈 2019’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8월 방한한 ‘김씨네 편의점’의 진 윤(엄마 역)은 간담회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배우 생활을 하면서 대부분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전문직 캐릭터, 기능적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실제 가족이 있는 사람의 배역을 맡은 적이 2~3차례 밖에 없었는데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아빠 김 씨를 연기하는 폴 선형 리 역시 “(아시아계는) 북미권에선 절대 주인공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계 콘텐츠 중심지인 북미에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탄탄한 이야기의 힘을 갖춘 한국 콘텐츠는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드라마 제작에 대한 관심도 늘어난 상태다. /김현진·한민구 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