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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통醬 세계화 위한 대기업의 역할





김보리 생활산업부 기자

최근 국내 식품업계 화두는 ‘K푸드’의 해외 성과가 아니다. ‘줄어드는 인구 앞에 장사 없다’는 예외 없는 법칙이 식품업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얘기하는 주제다.

이 때문에 식품업체는 해외로 더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CJ 비비고 만두의 1조원 매출 눈앞, 농심 신라면의 미국 월마트 입점, 오리온 초코파이 해외 선전 등 업계의 ‘글로벌 3대장’이 잘하고 있다는 뉴스는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고추장·된장·간장 등 한국 전통장(醬)은 우수한 상품력에도 해외에서 승전보가 늦었다. 발효식품이어서 미생물·균주 등을 해외에 설명하고 각국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칠전팔기가 필요했다. 최근에서야 해외에서 고추장을 ‘코리안 핫소스’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고추장의 항비만효과는 국제전문학술지인 ‘저널오브푸드사이언스앤드테크놀로지(Journal of Food Science & Technology)’에 등재되기도 했다. 국내 식품업체는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고추장의 매운 정도를 5단계 기준으로 표준화했고, 균을 현저히 줄인 감균 고추장 등을 만들어 해외 시장을 노크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고추장 수출액은 2013년 2,432만달러에서 2017년 3,197만달러로 30% 늘었다.



국내 장류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도 업계가 K소스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 중 하나다. 장류는 1인 가구 증가와 외식문화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종목이다. 실제 국내 규모 자체가 2015년 2,095억원에서 2017년 1,863억원으로 줄었다. 장류를 생산하는 기업의 규모별로 봐도 대기업, 소상공인 할 것 없이 모두 매출이 줄었다.

정부가 이번에는 장류 적합업종 지정을 들고 나왔다. 다음주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 심의를 통해 사실상 확정한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대기업은 5년간 관련 투자를 하지 못한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소상공인 침해를 막는다는 취지다. 옳다. 하지만 대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에게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쇠퇴하는 산업에서는 대기업이 투자해 시장을 지탱하는 것이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일본식 된장인 ‘미소’는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일식 글로벌화를 도왔다. 그 뒤에는 일본 대표 간장업체인 기꼬망과 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있었다. 기꼬망이 글로벌화에 성공하자 다른 전통기업도 이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소상공인 보호는 마땅하다. 하지만 업황을 먼저 살리는 것이 순서다. 사그라든 업황 앞에는 대기업도, 소상공인도 없다.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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