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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칼럼] 소강상태 한중관계를 벗어나는 법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서경펠로





현재 한중관계는 비록 악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중·일관계가 빠르게 해빙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엄격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인적교류, 민생과 관광 분야 협력이 활발해진 북·중 관계에 비하면 소강상태에 놓여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중이 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잘 들리지 않고, 오히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한국기업들의 중국시장 탈출이 나타나고 있으며, 양국국민의 상호인식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지 2년이 되도록 시진핑 주석의 한국방문이 이루어지지 않는 어색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것이 맞는가에 대한 회의론도 등장했다.

최근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미·중 관계에 매몰된 채, 모든 문제를 북·미관계로 돌리면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한국도 남·북·미 외교의 성과 위에 한중협력을 모색한다는 단계론에 빠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지도부의 정책 의지가 실린 일대일로(BRI), 중국국제수입박람회, 문명간 대화 등에 대한 전략적 메시지 관리도 부족했다. 에마뉘엘 마카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4~6일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기간에 상하이를 방문해 일대일로와 유럽연합(EU)의 유라시아 전략을 접맥하는 등 ‘전면적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과는 대비된다.

한중관계가 소강상태에 놓이면서 한반도 비핵화 국면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고 북한이 밝힌 ‘새로운 길’의 윤곽도 협상의 피로 속에서 북·중·러 삼각협력으로 가고 있다. 주변의 안보여건이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외교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2017년 10월 말 한중 양국이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제 불참,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추가 배치 반대,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에 반대하면서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았던 협력의 마법도 풀리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을 통한 중국 관광객 유치, 크루즈 여행, 전세기를 이용한 단체관광, 대중문화 교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 등도 유지되고 있다. 중국은 이 카드를 통해 불확실한 현안을 관리하고자 하고 한국의 국민 여론도 대국의 여유를 잃은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 차이가 프레임으로 고착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의 한국방문과 한중정상회담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이 올 6월 국가주석으로는 14년 만에 평양을 방문했기 때문에 북중관계라는 정치적 걸림돌은 이미 치워진 상태인데다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 화웨이 사태에서 나타난 미·중 표준경쟁, 타이완과 홍콩 문제, 제3국 공동 시장진출 등에 대해 한국의 지지를 확보해야 할 요인은 얼마든지 있다.

한국도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대화 국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한중 공동방안을 제의하고 북한 설득에 대한 역할분담을 창의적으로 제의해야 한다. 또 신뢰조치의 일환으로 ‘보이지 않은 손’을 통해 행사해 온 보복조치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 주석이 ‘벚꽃 필 무렵’ 방문하기로 한 일본보다 한국 방문을 먼저 추진하면서 한일관계에 따른 국내정치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다. 물론 중국이 주문서를 내밀 것이다. 한일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 연장 이후 한국외교의 방향, 미국의 중거리 핵전력(INF)조약 탈퇴 이후 핵미사일 한반도 배치문제, 일반 환경영향 평가 이후 사드 추가배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국의 돌파 의지에 대한 방향을 묻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정교한 메뉴얼을 만들어 공동이익을 추구하면서 어렵게 만든 기회를 유실하지 않아야 한다. 대나무가 곧게 자라는 것은 중간에 매듭을 만들며 오르기 때문이다. 한중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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