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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금융투자사들 손흥민을 보라

한영일 증권부장

덩치 커진 증권사 리스크 관리 개선 의문

수익도 좋지만 위험관리 힘써야 질적 도약

당국 무작정 규제만 앞세운 소비자보호땐

시중자금 증시유입 막는 실수 반복할 수도





유럽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활약이 눈부시다. 유럽 리그에서 통산 125골을 집어넣어 차범근을 넘어 한국 축구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손흥민 선수가 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른발과 왼발을 자유자재로 슛을 한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상대 골문 앞에 서면 슈팅의 사각지대가 없다. 어렸을 적부터 매일 오른발과 왼발 슛을 500개씩 똑같이 연습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국내 경제계에서 손흥민 선수를 가장 깊게 배워야 할 곳은 금융투자업이다. 증권사 등 투자회사를 성장시키는 오른발이 수익창출이라면,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왼발은 리스크 관리이기 때문이다. 수익과 리스크 관리를 균등하게 조절해야 회사는 물론이고 국내 자본시장이 더 멀리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느 한 발만 잘 쓰는 회사는 결국 반쪽짜리 투자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증권사들은 증시는 좋지 않고 경제는 힘들었지만 다른 영역의 산업군과 달리 비교적 양호한 수익을 올렸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는 곳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주식거래만 보는 천수답식 구조에서 벗어나 엄청나게 키운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투자은행(IB) 사업 등에 힘써온 결과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증권사들은 기본적으로 크게 불린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국내외 부동산이나 대체투자·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 단순히 주식거래 중심의 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나 IB로 도약하면서 수익 다각화에 나선 결과다.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올해 국내 투자시장에서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보면 금융투자 회사들의 수익 성장세만큼 따라가지 못한 내부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최근 증권사들이 몇 년 새 급격히 늘린 국내외 부동산 투자 자산에 대한 경고 목소리도 요즘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채무보증 잔액이 올해 42조원에 달하면서 5년 전에 비해 20조원이나 급증했다. 지금은 과실을 즐기고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꺾이면 상당한 위험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 평균 자기자본은 지난 10년간 2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속도만큼 내부 리스크 관리 능력도 제대로 키워왔는지는 되돌아봐야 할 때다.

고령화 시대에 투자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보호는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젊은이가 투자에 실패했다면 만회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고령자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저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 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겠다는 은퇴 이후 노후자금에 대한 적극적 투자 수요가 갈수록 많아지는 것도 투자위험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처럼 금융투자 시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해서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이를 곧바로 ‘규제 강화’로 연결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그야말로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는 최대한 금융투자 회사 내부의 문화와 관리 시스템을 선진화시키거나 아니면 ‘핀셋 처벌’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이제 시작된 모험자본의 공급 등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가뜩이나 시중에 풀린 1,100조원가량의 자금이 부동산으로만 몰려가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마당에 자본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각종 규제 시그널은 우리나라 국가 전체 경제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자금을 금융투자 시장으로 몰아오지는 못할망정 쫓아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회사는 ‘일벌백계’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를 성급하게 업계 전체의 일인 냥 규제나 제도 강화 잣대부터 들이대서는 곤란하다. 금융투자 시장의 수익과 리스크 관리 그리고 금융당국의 규제와 진흥이 손흥민 선수의 두 발처럼 멋진 균형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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