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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소명을 다하라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패트·필리버스터로 꽉막힌 국회

정쟁 접고 민생법안부터 처리

국익 우선 원칙 따라 직무 행해야





의회는 본질적으로 회의체다. 국회의원은 사법부 판사나 행정부 관료와 비슷한 역할과 자격이 부여되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법부 개별 판사들이 독립적으로 재판하는 것과 같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선수와 상관없이 동등한 자격을 갖고 법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 헌법기관이다. 의원은 관료와 같이 사회의 구속력 있는 정책을 만들지만 반드시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그렇다면 국회와 국회의원은 이런 본질에 부합하는가. 국회는 입법부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사회와 국민이 원하는 법을 적기에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9일 199개의 안건 전체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여당이 본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결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본회의를 열지 않아 이날 처리될 예정이었던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 통과는 불투명해졌다.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데이터 이용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데이터 3법’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1월25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총 2만2,140개고 평균 가결률(대안·수정안반영 폐기 포함)은 27.6%에 불과했다. 일하지 않고 실력도 없는 국회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국회의 존재 이유는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말로 집약된다. 지난달 22일까지 여야 예결위 위원들이 참여하는 예산 조정위 소위는 정부가 제출한 513조5,000억원 규모 예산안에 대한 삭감 심사를 벌였다. 지난달 28일에는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간사가 참여하는 소소(小小)위원회 심사를 벌였다. 그런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예산을 밀실에서 속기록도 없이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렇게 되면 국회는 세금 도둑을 막을 수가 없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은 12월1일 자동 부의돼 문희상 의장이 언제든지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표결을 거쳐 정부 원안을 확정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가 민감한 현안에 대해 대화하고 타협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



한국 국회는 정반대로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 여야 4당이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제1야당을 배제한 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힘으로 밀어붙이자 한국당은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필리버스터 투쟁’에 나섰다. 여당은 맹비난하지만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이 부여한 합법적 법안 저지 투쟁 절차다. 그런데 한국당은 시간이 흐를수록 민생 법안까지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에 직면할지 모른다. 국민에게 국회는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고 싸움만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10월 한국갤럽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3.0%)은 “20대 국회가 국회의 역할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활동 평가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균 40점으로 역대 최저치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20대 국회는 마지막 소명을 다해야 한다. 정쟁을 접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야 모두 ‘네 탓’만 주고받지 말고 민식이법 등 쟁점이 없는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의사일정에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 더불어 선거법은 여야가 합의 처리하고, 국회의장은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과 합의해 국민 혈세를 다루는 예산안 예결위의 심사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보듯, 현역 물갈이를 많이 하고 초선 의원이 많아져도 국회는 정상화되기 어렵다.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과 민주당의 현역의원 교체율은 각각 23.8%와 33.3%였다. 20대 국회 초선의원 비율은 44%였다. 의원들이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신뢰받는 국회’는 백년하청이 된다. 의원들이 헌법(46조 2항)에 규정한 대로 국가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국회다운 국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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