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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시재생의 역할과 가치

손경주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상임이사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추진되면서 도시재생은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본 말이 됐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아직 실제 경험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도시재생의 역할과 가치란 무엇인지 실제 도시재생 사례인 서울 도심의 ‘창신·숭인 도시재생 선도사업’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창신·숭인 지역은 창신1~3동과 숭인1동 등 4개 동을 포함한 도심 주거지로 서울의 마지막 뉴타운 지구로 사라질 예정이었지만, 2013년 주민의 노력으로 뉴타운이 전면해제된 첫 지역이 됐다. 그러나 약 10년에 걸친 뉴타운의 후유증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고 이웃 간에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이에 2014년 서울시가 뉴타운의 대안으로 국토부의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을 추진했고 이때 심사과정에서 주민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결과를 얻어냈다. 결국 창신·숭인의 뉴타운 해제도, 도시재생도 주민들이 스스로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창신·숭인 재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주민 스스로 가진 마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었다. 철거예정지역이라는 낙인과 이웃 간 갈등으로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잃어 ‘떠나고 싶은 마을’이 됐다. 심지어 주민들이 ‘창신동’이라는 동명을 ‘종로7가동’으로 바꾸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주민들은 부족한 도로와 주차장, 낡은 집과 쇠퇴하는 봉제산업 등을 재생과제로 꼽았지만 물리적 환경 개선이나 경제 활성화만으로는 주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이렇게 주민들의 마음이 떠난 마을에서 도시재생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 조사과정에서 창신동이 고관대작들의 거주지이자 세계적인 예술가인 백남준의 고향이라는 사실과 손병희 등 독립운동가, 나운규·박수근·김광석 등 예술인, 정순왕후와 이수광 같은 마을 인물들이 알려졌다. 주민들이 차츰 창신·숭인을 자랑스러운 역사의 현장으로 보게 되면서 마을의 자부심으로 ‘백남준 기념관’ 조성을 요청해 실현됐다. “전에는 친구에게 마을을 보여주기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우리 골목과 역사를 자랑한다”거나 “뉴타운을 찬성했지만 지금은 마을이 보존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역사문화적 재생이 지닌 힘과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을의 가치를 재발견하며 ‘떠나고 싶은 마을’에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마을’로 주민의 인식이 바뀌었고 마을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도 되찾을 수 있었다.

창신·숭인의 사례는 물리적·경제적 재생만이 아니라 그곳 주민들의 마음을 재생하는 것, 즉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찾는 것 또한 재생의 중요한 역할임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도시재생은 주거환경뿐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되살리는 ‘사람재생’으로서 역할과 가치를 갖는 우리 도시문제의 진정한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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