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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O] 자산 126조 '명품의 제왕' 공격 경영으로 제국 완성

■'세계 1위 부호' 넘보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적극 M&A로 75개 브랜드 거느려

백화점 공략 대중화 마케팅 적중

시총 258조 '유럽 2위 그룹' 성장

티파니 인수로 美 입지 강화 기대

7년 전 佛 부유세 회피 의혹 이어

대규모 해고 감행해 '늑대' 오명도





지난 25일(현지시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역대 인수 규모 중 최대인 162억달러(약 19조원)에 미국의 보석 브랜드 티파니앤드컴퍼니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LVMH가 주얼리 부문까지 손을 뻗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글로벌 재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전 세계 최대 부호 등극 여부에 쏠렸다.

현재 세계 최대 부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다. 오랫동안 세계 최대 부호 자리를 차지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베이조스와 게이츠가 세계 최대 부자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조만간 프랑스 명품 패션그룹 LVMH의 아르노 회장이 1위 자리를 넘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VMH의 티파니 인수 소식에 이날 LVMH 주가는 1% 이상 급등했다. CNN비즈니스는 “아르노 회장의 자산이 게이츠 창업자와 베이조스 CEO에 더욱 근접했다”며 그가 조만간 세계 부자 순위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포보스의 실시간 재산 순위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28일 기준으로 1,072억달러(약 126조3,500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베이조스 CEO와 게이츠 창업자의 자산은 각각 1,130억달러(약 133조1,700억원)와 1,074억달러(약 126조5,800억원)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르노 회장의 자산을 이보다 적은 1,040억달러로 추산하지만 다른 억만장자들과의 자산 격차를 확연히 벌리며 세계 최고 부호 자리에 한층 가까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 명품 산업의 대가’로 불릴 만큼 명품 산업에서 막대한 자산을 벌어들인 아르노 회장은 사업 초기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1949년 프랑스의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명문 에콜폴리테크니크에서 공학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71년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건설회사 페레사비넬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사업수완이 남달랐던 아르노 회장은 5년 만에 사업 일부를 4,000만프랑에 매각하고 부동산 사업에 집중해 큰 성과를 냈다. 이어 1978년 아버지의 후임으로 대표직을 맡기도 했다.

아르노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인으로서 이름을 알린 것은 유럽의 전통적 명품에 눈뜨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유럽 명품 업체는 창업자에게 물려받은 단일 브랜드를 가족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르노 회장은 이 같은 틀을 파괴하고 미국식 경영기법을 접목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벌였다. 1985년 파산 직전이었던 패션 브랜드 크리스찬디올의 모기업인 부삭 그룹을 인수해 죽어가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크리스티앙라크르·셀린 등 수십개의 브랜드를 사들인 아르노 회장은 1989년 LVMH까지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루이비통(1821~1892)이 프랑스 파리에서 창업한 패션 업체 루이비통과 주류 업체 모에헤네시의 합병으로 탄생한 LVMH가 내부 갈등에 휩싸인 틈을 타 경영 주도권을 가져간 것인데,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 출신인 앙리 라카미에 부회장과 손잡고 모에헤네시 출신 알랭 슈발리에 회장을 몰아냈다. 이후 아르노 회장은 지분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라카미에 부회장마저 축출하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LVMH CEO 자리에 올랐다.



아르노 회장이 유럽 명품 브랜드에 적용한 미국식 경영기법은 명품을 대중화한 마케팅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명품을 보며 소비자들이 느낄 신분상승 욕구를 자극했다. 상류층 맞춤제작이 주류였던 당시 명품 제작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간파하고 중산층 소비자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고급스러운 매장의 건물 장식과 인테리어로 명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며 소비자들에게 명품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되 매장을 상류층 거주지에 한정하지 않고 대형 백화점이나 면세점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거대 명품그룹을 탄생시켜 ‘명품의 제왕’ ‘패션계의 교황’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아르노 회장이지만 명품 업계에서 그에 대한 평이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CEO에 오른 뒤 각종 의류·화장품·주류·액세서리 등 명품 기업을 인수한 그는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대규모로 해고하며 ‘캐시미어 코트를 입은 늑대’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LVMH가 현재 루이비통을 포함해 디올·펜디·마크제이콥스·헤네시 등 75개 브랜드를 소유하며 주식 시가총액이 2,000억유로(약 258조원)를 넘어서는 등 그의 지휘 아래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그룹으로 성장했음에도 ‘잔인한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2012년에는 벨기에 시민권을 신청했다가 당시 집권한 올랑드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부유세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경영방식처럼 아르노 회장은 국적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사들과 인맥을 맺었다. 그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1980년대 미국에 체류할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기도 하다.

사회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4월 대화재로 무너진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복원 작업에 2억유로(약 2,600억원)를 쾌척하는가 하면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 방지에 1,100만달러(약 129억원)를 내놓는 등 통 큰 기부도 서슴지 않았다. 올해 70세인 아르노 회장은 미국 팝가수 리한나와 합작해 새 메이크업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파리 라사마리텐백화점을 재개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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