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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민이 키운 '불만의 쓰나미' 시진핑 '중국夢' 흔들다

'反中' 외친 범민주 세력 커지며

중국과 정치적 마찰 격렬해질듯

시진핑 일국양제 구상 어그러져

中정부 참패에 대한 문책 불가피

람 장관 중도퇴진 희생양 될수도

25일(현지시간) 홍콩 범민주 진영 지지자들이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대표적 친중파 후보로 ‘백색테러’를 두둔해 분노를 샀던 주니스 호 후보의 낙선 소식에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뻐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11·24 홍콩 구의원 선거’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동안 추진해온 ‘중국몽’ 구상을 근본부터 흔들 가능성이 커졌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앞세워 홍콩·마카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대만 통일까지 염두에 뒀던 시 주석의 구상이 중국 정부가 줄곧 ‘중국의 내정’이라고 주장해온 홍콩의 반중 정서 확대로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친중국파 정당의 참패로 끝난 전날의 선거 결과를 전하며 “불만의 쓰나미가 도시를 휩쓸어버렸다”고 평가했다. SCMP는 “6개월 거리 시위에서 비롯된 반중국·반정부 물결이 홍콩 전역의 투표소를 휩쓸었다”며 “친중국 진영은 기록적인 투표 속에서 압도적인 패배로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범민주 진영이 홍콩의 도심과 교외, 부유층 거주 지역과 서민 거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동안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부 폭력분자가 시위를 주도한다”고 비난했지만 홍콩인들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730여만 홍콩인의 절반에 가까운 294만명이 투표로 직접 의견을 표시했다.

지난 6개월간 민주화 요구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젊은이들이 이번 선거로 대약진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SCMP는 “반정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젊고, 신선한 후보들은 역사적인 구의원 선거의 주요 승리자”라고 강조했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운동을 이끈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도 구의원에 새로 도전해 당선됐다.

반대로 중국과 홍콩 정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 주석이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를 언급하며 사실상 직접 개입에 나선 상황에서 친중국파 몰락이라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향후 중국의 행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범민주파의 승리가 폭력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서방 책임론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대다수 홍콩인은 이미 폭력에 신물이 났으며 질서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주장하며 “서방 일부 세력은 이번 선거에서 전력을 다해 반대파를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며 파장 축소에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총력을 기울인 가운데 패한 선거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홍콩 안팎의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종 결정권자인 시 주석이나 홍콩 담당인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캐리 람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희생양으로 중도퇴진할 가능성이 크다. 빈과일보는 이날 친중국파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번 선거가 인재”라면서 람 장관을 원망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리더십에 상처가 난 점은 중국 지도부에 뼈아픈 대목이다. 홍콩을 일국양제의 모범 사례로 삼아 궁극적으로 대만 통일까지 이어지게 하려는 원대한 중국 지도부의 구상에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 시위의 여파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지지율이 야당 후보인 국민당 한궈위 가오슝 시장을 크게 앞서는 등 대만 내 반중 정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홍콩에서 반중국 정서가 확고해지는 분위기를 차단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당장 시급한 미중 무역협상도 어려워졌다. 미국 상·하원이 통과시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에 대한 반대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

홍콩 정치 지형도의 변화로 중국과의 정치 역학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수 있다. 홍콩 내에서는 구의회에 교두보를 마련한 범민주파와 중국 중앙정부·친중국파의 정치적 대립이 한층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그동안 제한선거를 통해 친중파 진영이 행정장관(국가수반)·구청장(지자체장)과 입법회(국회)·구의회(지방의회) 등을 장악해왔는데 이번 구의회 선거 승리로 범민주 진영의 입김이 커지면서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당장 내년 9월 치러질 차기 입법회 선거와 오는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원 몫인 118명을 이번 선거 결과 범민주 진영이 모두 차지하게 됨에 따라 국회 격인 입법회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도 민주 진영의 우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범민주파에서는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포함한 자유선거 확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도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웨 홍콩중문대 정치학과 교수는 “홍콩인들은 평화롭게 정치적 의견을 표출했다”면서도 “정부가 여기에 귀 기울일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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