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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의 부동산 TMI] <4>노후 단지에 있던 나무들 다 어디로 갔을까?

보호수 지정여부 따라 나무운명 '희비'

개포 주공1단지 40년된 조경수 다 잘려

재건축때 보호수 아니라면

조합원 마음대로 처분 가능

옮겨심는 비용도 만만찮아

나무 한그루당 100만원선

노거수 현황 파악 착수 등

일부 지자체 보호조치 검토

용산 파크타워 아파트의 300살 넘은 은행나무. /사진제공=용산구청




재개발 사업을 통해 2008년 완공된 서울 용산구 용산 파크타워는 6개 동, 888가구의 주상복합입니다.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정체 모를 커다란 콘크리트 기둥이 있습니다. 기둥의 실체는 지상으로 올라오면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바로 올해로 331살 먹은 거대한 은행나무, 그 나무의 뿌리를 담는 일종의 거대한 화분입니다. 높이 28m, 둘레 6.5m에 달하는 이 은행나무는 공사 중에는 나무 전문 관리 업체의 특별 보호 하에 주위에 20m 높이의 철책 보호대와 보호막을 둘렀고 나무를 위한 전용 스프링쿨러 시스템까지 설치했다고 합니다.

파크타워의 은행나무는 운이 좋았지만,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에 있던 5만여 그루의 나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40년 만에 울창한 숲을 이뤘던 조경수들은 아파트 재건축으로 대부분 잘려나갔습니다. 주민들의 요청으로 철거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메타세쿼이아 길 역시 조만간 사라질 예정입니다. 40년이라는 나이가 나무치곤 너무 젊어 그런 것일까요. 아닙니다. 500살 먹은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회화나무 역시 주택 재개발로 인해 뿌리뽑혀 경남 진주시의 한 조경 농장으로 옮겨졌습니다. 말이 옮겨 심은 것이지 가지와 뿌리가 잘리고, 천에 휘감긴 채로 방치돼 고사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나무는 부산 최고령 노거수(老巨樹)였습니다.

어떤 나무는 살아남고, 또 다른 나무는 베어졌습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인해 위기에 처하기는 매 한가지 인데,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일까요. 관건은 바로 산림보호법에 따른 보호수 지정 여부입니다. 용산 파크타워의 은행나무는 1981년 서울시에 의해 보호수로 지정돼 철거나 토지 형질 변경 등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습니다. 반면 개포주공 1단지의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나 부산 주례동의 회화나무는 보호수가 아니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조합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재건축이나 재개발 때에도 정비 조합은 주거 및 도시환경정비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로부터 환경적으로 보호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듣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보호수가 아닌 조경수는 사유 재산이니 지자체의 권고사항을 강제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나무가 오래되고 클 수록 베어내고 집을 짓는 것이 조합에는 경제적으로 이득입니다. 노거수 한 그루를 없애면 아파트 한 동이 올라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정말로 무작정 베어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대단지 아파트 조경을 하는데 수 백 억 원이 들어가고, 1,000만원짜리 소나무를 심었다고 홍보하는 분양광고도 많은데, 원래 있던 나무를 재활용 하면 비용이 절감 되지 않을까요. 그게 어렵다면 조경업체에 판매해서 조합은 수익을 챙기고, 나무도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요.

이러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요새도 가끔 정비 조합에서 나무를 판다고 공고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고령의 나무일 수록 옮겨심었을 때 살아남을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강남의 한 재건축단지에서 약 2~3년쯤 전에 단지 내에 있던 철쭉과 회양목 등을 인근 하천으로 옮겨심은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확인한 결과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교적 옮겨심기 쉬운 관목류인데도 이식에 실패한 것입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농장 등에서 판매하는 나무의 경우 이식하기 오래 전부터 뿌리돌림이라는 작업을 한다”며 “미리 뿌리를 일부 자르고 정리해 이식률이 높아지도록 관리하는 건데, 이런 작업이 돼 있지 않은 나무는 옮겨 심으면 고사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습니다. 나무가 클 수록 옮겨심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요, 나무의 크기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이식비만 한 그루에 100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새 아파트에 조경을 하기 위해 수십~수 백 억 원의 돈을 쏟아붓습니다. 공공에서는 도심 숲을 만들겠다고 예산을 투입해 어렵게 땅을 사들여 가느다란 나무를 심습니다. 이런 아이러니를 풀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호수가 아닌 노거수에 대해서도 현황을 파악하고 보호 조치를 취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할 때 나무가 많은 곳에 단지 공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나무를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도시와 나무가 공존하는 날이 올까요.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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