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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국권침탈이 약?...서구 눈으로 본 한국 근대사

■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1868년, 독일 상인 오페르트는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도굴하려다 실패한다. 당시 조선에서 다른 사람의 묘를 파헤친다는 건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범죄였다. 흥선대원군은 크게 화를 내며 서양에 대한 경계를 더욱 강화했고, 오페르트는 서양인에게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오페르트를 ‘모험가’라고 칭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명칭이 어떤 이유로 그에게 붙게 된 것일까.

조선에 대한 기록을 서양에 처음 알린 사람은 1653년 제주도에 억류된 네덜란드 선원 하멜이었다. 하지만 그가 쓴 ‘하멜 표류기’는 오래되기도 했지만, 일종의 사유서 같은 기록물로 충분한 정보를 담진 못했다. 이에 반해 오페르트는 조선이 개항하기도 전에 내륙에 들어와 조선의 지리와 풍습 등을 기록한 ‘금단의 나라 조선’을 출간했다. 이코노미스트가 그를 범죄자인 동시에 ‘모험가’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간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는 이코노미스트에 등장한 조선을 통해 한국의 근대사를 살펴본다. 저자는 한국인의 시각으로만 근대사를 해석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 침략을 목표로 하거나 이미 속국으로 생각하는 일본과 청나라는 제삼자가 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서양 언론인 이코노미스트지의 시각은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는 만큼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843년 창간된 이코노미스트에 조선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870년부터였다. 당시 조선은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으로 정신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만 영국 언론에서는 청나라, 일본과 관련된 이슈가 있을 때 곁다리로 다뤄지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지에는 서구사회가 조선에 대해 가지고 있던 당시 인식이 담겨있다. 병인양요에서 프랑스군이 패배하자 동양인이 자신들과 동등한 무기를 입수할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고, 조선을 둘러싼 중·일·러 세력다툼의 결과를 예측하기도 한다.

읽기에 사뭇 불편할 수 있는 평가도 많다.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나라, 국권 침탈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는 나라 등 서구의 왜곡된 시각과 일제가 거짓으로 배포했던 내용도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코노미스트지를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당시 서구가 조선을 바라보는 시각이었으며, 이들의 무관심 속에 조선의 미래가 결정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1만5,800원.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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